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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May 10. 2022

해답은 없고, 용기만 있다


영화 속 대사들만큼 공감의 효과가 큰 매체는 흔치 않다. “요즘은 다들 쉽게 사랑하고 쉽게 끝내잖아”라는 영화 <비포 선셋>의 대사로 낭만을 잃은 사랑에 대해 논한다. 기다림과 상상력을 잃은 사랑은 당신과의 거리가 주는 애틋함을 잊었다. 우리 사이의 공존 가능한 거리가 서로에게 뜨거운 응원을 건네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빈틈을 견디지 못해 소유로 치닫는 욕망이 사회적인 통념으로 자리 잡았다. 다수의 표현 방식이 하나의 기준으로, 빈도수가 애정의 정도를 판가름 지을 수 있는 척도가 되었다.


사랑의 다양성은 잊혔다. 사람 따라 상황 따라 다른, 정답 없는 사랑인데 어딘가에 해설지가 존재하는 것처럼 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하지 않는 사랑 또한 외면당한다. "우린 어디쯤 있는 거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나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야.” 영화 <라라랜드> 속 사랑이 말하는 영원은 함께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깊이의 마음이지만, 넘어진 나를 일으키고 뒤돌아서 멈춘 당신을 다시 나아가게 만드는 이런 사랑은 이제 판타지에 가깝다. 애정의 대상에서 나아가 오직 그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자아와 관계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너비의 감정은, 왜 더 자주 사랑으로 불리지 않는 걸까?


아픔의 순간 또한 사랑임을 인정하고, 몇 번을 곱씹어도 당신을 만나는 길이라면 고통을 감수하고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는 만장일치의 마음을 기억한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찾을 수가 없어요. 안 보여요." "보일 거예요. 곧 거슬리게 될 테고 지루하고 답답해하겠죠. 나랑 있으면 그렇게 돼요." "괜찮아요." 상대의 모난 구석과 관계의 밑바닥을 알면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은 미련보다 용기에 가깝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영역을 넘어선 감정이 된다. 나와 너의 마음이 우리의 소유가 아니고, 미지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불가사의한 역동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motif by 영화 <비포 선셋>, <라라랜드>,

<이터널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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