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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피디 Apr 21. 2020

5.18 푸른 눈의 증인 (2)

원고과 이미지의 힘

생각했던 것보다 원고는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5.18 당시 본 것을 이해하고 감당하기 위해 폴 코트라이트는 쓰고 또 썼다. 그것은 방대한 양의 메모가 되었고 원고는 그 메모에서 출발했다. 원고의 첫 세 장을 읽다가 덮었다. 그렇게 기다렸던 원고였지만, 프롤로그는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준비가 필요했다.


다시 원고를 들었을 때는 끝까지 읽을 때까지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냉철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감정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야만 했다. 이 원고가 대중에게 공개되고 그 후에도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원고는 쉽고, 명료했다. 글을 오래 다룬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국문판과 영문판 편집에 앞서, 광주와 관련된 국문과 영문 자료를 검토했다. 그때 그곳에 있었던 외국인들이 궁금해졌다. 한 자료의 단서를 찾아 다른 자료로 연결이 되면 또 다른 이름들이 나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명단이 만들어졌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잘 알려진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 외에도 당시 광주에는 20여 명의 외국인이 더 있었다. 외국인 대피 명령에도 남기로 ‘선택’한 이들은 선교사, 평화봉사단 외에도 AP 통신, 미국의 CBS,  AWJS, 시카고 트리뷴, 요미우리의 홍콩 특파원 등 외신 기자들도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궁금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도서 편집을 하며 모든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기는 무리였다. 5월 방영 예정인 MBC 스페셜에서 이 궁금증을 풀어주기를 기대해본다.


로버트카파 상 수상 작가의 미공개 사진 확보


저자는 사진작가 로빈 모이어의 사진을 쓰고 싶다고 했다. 로빈 모이어는 아시아의 타임지 수석 사진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캄보디아 난민, 미얀마 아웅산 수지 항쟁, 필리핀, 중국 텐안문 사태 등을 취재했다. 매그넘과 종전 사진기자로 유명한 로버트카파 상과 세계보도사진 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홍콩의 우산혁명을 촬영하고 현재 홍콩에 머물며 민주시위에 관한 도서를 만들고 있다.

로빈 모이어 사진작가. 아시아 지역 타임지 수석 기자로 활동하며 본문에 소개된 활동 외에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해 아시아 리더들의 초상 사진을 찍기도 했다.

로빈 모이어 작가와 사진 관련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광주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타임지 기자로 서울에 있었는데, 프레스 센터에서 테리 앤더슨 AP통신 기자와 소식을 들었고 함께 광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저자 폴 코트라이트가 광주에서 로빈 모이어의 통역을 맡으며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로빈 모이어 작가는 어마어마한 양의 광주항쟁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전량 발표된 적이 없었다. 당시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된 사진들은 40년의 시간, 높은 습도와 온도를 견디고 아직 남아있는 것이 놀라웠다. 세월의 흔적이 분명했지만, 담긴 내용은 거칠면서도 현장감이 있었다. 이 사진들이 잠자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사진전을 성사시키고자 했지만, 관심 있는 전시기관을 찾는 것은 물론 양쪽을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계속)


*국문판은 알라딘에서 북펀딩이 진행 중이다. 펀딩 페이지를 오픈한 둘째 날 목표를 달성하고 4월 24일까지 진행된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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