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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피디 Apr 23. 2020

5.18 푸른 눈의 증인 (3)

메이킹 스토리

외국인을 상징하는 ‘푸른 눈’


영문 제목은 당연히 ‘광주를 목격하다’라는 의미의 <Witnessing Gwangju>였다. 국문 가제는 ‘광주의 목격자’로 진행되었다. 국내 방송국에 다큐멘터리를 제안하면서 ‘푸른 눈’, ‘증인’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공정한 시각으로 외국인에게 초점을 맞춰주었으면 하는 의도였다. 제안서의 표현이 국문 제목으로 떠올랐다. 


'푸른 눈'은 외국인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눈의 색으로 그들을 정의한다는 것은 다소 차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책은 특히 국문판에서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점이 중요했고, 외국인 목격자의 최초 회고록으로 앞으로 더 많고 방대한 내용으로 길게 가야 할 주제였다. 


저자 폴 코트라이트를 시작으로 이후에 나오는 해외 저자들의 5.18 관련 도서들은 외국인의 증언으로 주목을 받아야 했다. 저자의 눈은 파란 색도 초록 색도 아니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저자가 동의하고 매체에서 이 대중적인 표현을 사용한 기사들이 3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1980, 광주를 담은 이미지


처음 저자와 표지로 정했던 사진은 영문판에 사용되었다. 80년 광주가 모두 표현된 이미지였다. 국문판에는 성급하게 만들어진 관을 자전거에 싣고 가는 중년 남자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이 사용됐다. 



내지는 사진을 강조하기 위해 한 페이지에 한 장씩 배치되었다. 로빈 모이어 작가를 포함해 저자 폴 코트라이트, 나 역시 일반적으로 흑백 사진을 선호했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현장감을 강조하고 오래 남을 기록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국문은 컬러, 영문은 흑백으로 결정됐다.


국문판 번역


원고의 내용과 사진 못지않게 국문 번역자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시 광주의 실상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원고가 가진 객관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초반,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당시 전남대 학술부장이었던 최용주 연구원이 흔쾌히 맡아 주었다. 번역 원고가 도착해 읽어 내려가는데, 마음이 놓이는 것은 물론이고 감사함과 흡족함이 밀려왔다. 그는 원고에 충실하면서 2020년에 이 도서가 가지는 의미를 지켜주었다. 


1980년의 광주와 전라도 지도


영문판은 물론이고 국내판 독자들의 이해를 지리적, 시각적으로 돕기 위해 지도는 반드시 필요했다. 1980년에 출간된 지도를 뒤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생각할 수 있는 오래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모든 곳을 뒤졌다. 내무부에서 출간했던 전국과 지방, 시 단위로 모두 포함된 지도와 중앙지도문화사에서 출간했던 전라도 지도를 찾았다. 도서의 내용과 의도에 흔쾌히 사용을 허락한 중앙지도문화사의 지도를 사용하게 되었다. 


편집 과정에서의 지도


부록, 어느 선교사의 5.18 일지


대문 사진은 원고를 읽으며 재미있는 부분에 남겼던 메모의 일부이다. 광주 시내에서 저자는 참치캔을 사려고 하는데, 선교사 가족들이 모두 사 가고 없다. 몇 개 들어오지 않는 참치캔을 두고 경쟁을 하는 상황 속에 가게 주인은 왜 외국인들은 신선한 생선을 두고 참치캔을 찾는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원고를 읽으며 ‘풉’하며 웃었던 대목이었다.

 

도서에는 그 선교사 중 하나인 존 언더우드 목사로 추정되는 ‘어느 선교사의 5.18 일지(Insider’s Account of Kwangju Riot)’를 부록으로 실었다. 1980년 6월 10일 미국 대사관의 전보로 미국 선교사의 광주 항쟁 목격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미국의 정책당국자들과 워싱턴 정가에 최초로 전달된 공식 영어 문건이다. 


20년 기밀해제가 된 자료로 미국 국무성에서 전 세계 판매도서에 사용 가능한지 확인 과정을 거쳤다. 영문판과 국문판 모두에서 원문 전체를 볼 수 있다. 보안상 공개가 되지 않는 부분을 삭제한 것, 당시에는 광주를 Gwangju가 아닌 Kwangju로 썼던 것을 비롯해 지금과는 달랐던 표기법 등 문서 자체로 흥미롭다. 국문판에는 최용주 연구원의 번역본을 함께 실었다.

미국 대사관 전보 Insider’s Account of Kwangju. 국문판에는 최용주 연구원의 번역본을 함께 실었다.


(계속)


*국문판은 알라딘에서 북펀딩이 진행 중인데, 펀딩 페이지를 오픈한 둘째 날 목표를 달성하고 4월 24일까지 진행된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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