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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피디 Apr 29. 2020

5.18 푸른 눈의 증인 (4)

더 많은 것이 당연해지기 위해서

3월, <5.18 푸른 눈의 증인>의 영문과 국문 도서 모두 5월 1일 정식 출간 준비를 마쳤다. 알라딘에서 북펀딩이 오픈한 날은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떠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결정이었다. 


한 달이 지난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가졌다. 지하철역과 분주히 오가는 차들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 2층에 앉아 있자니, 1980년 대한민국 사람들의 고민과 2020년의 우리가 고민하는 것이 너무도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80년의 광주와 현재 둘 중 하나는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었다. 


<5.18 푸른 눈의 증인>을 편집할 때 종종 마주쳤던 ‘저는 광주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는데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반응이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처음으로 이해가 된 순간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정말 많은 것이 다르니까. 이제 ‘공산당은 얼굴이 빨갛다’가 이상한 것이 당연하고,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이니까. 


시대는 타고나는 것이라 자신의 시대에 해야 할 역할이 있다. 1980년대 영화인들과 만화가들의 창작과 검열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한 나는 자신에게 묻곤 했다. 내가 그 시기에 태어나 창작을 했다면, 그들처럼 할 수 있었을지. 그래서 다음 세대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발표할 수 있게 도왔을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당연한 것은 무너진다. 그래서 왜 다시 되풀이되면 안 되는 역사인지 남겨 놓아야 한다. 


저자와 번역자의 소통에는 항상 ‘고맙다’는 의미의 말을 덧붙였다. 그때 그곳에 있으며 보고 기록으로 남겨준 것에 대한 진심을 담았다. 더 많은 것이 당연해지는데 도움이 되고, 또 홍콩을 비롯해 어딘가에서 1980년의 광주가 되풀이될 때 힘이 되는 기록이 될 이 도서에 편집자로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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