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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Oct 25. 2016

2. 1년의 기다림, 그리고 시험관시술

2014년 2월 마흔 한 살이 된 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파리의 유명 국립 병원에 전화문의를 했고 5월 첫 의사 미팅후 다양한 검사들을 했고 드디어

10개월이 지난 2014년 12월의 어느 날, 시험관 시술 준비를 위한 난자 과배란 주사를 맞기 시작 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집으로 출장 간호사가 왔고 열흘간 나의 배꼽 주변에 과배란 주사 시술이 시작되었다. 매번 주사를 맞을 때마다 조금씩 아프고 멍도 들었지만 잘 견뎌 낸 열흘 뒤 나는 전신마취를 통해 난자를 채취했다. 전신 마취 후 난자를 채취한 당일부터 2박 3일 동안 정말 배와 허리가 너무 아팠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 온 몸을 휘감아서 진짜 아.... 정말 엄마가 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더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술이 성공하지 못하면 또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처졌다.


나는 올리비에의 직장 보험에 속해있기도 했지만 프랑스에선 자연 임신이 어려운 부부, 커플에게 한 번의 임신을 위해 총 4번까지의 시험관 시술, 인공수정비용이 무료다. 만약 4번 안에 성공하여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를 다시 시험관 아기로 시도 할 때는 다시금 4번의 기회가 또 무료로 주어진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난자를 채취한 기준으로 총 4번이다. 즉 이번에 내가 난자 5개를 채취했으면 5번의 시험관 시술시도를 할수 있는것인데 이것을 1회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시스템인가!!! 사실, 한국에선 여러 가지의 이유로 자연임신이 되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그 와중에 시술비용이 너무 비싸서 시도하고 싶어도 맘대로 되지 않아 더 스트레스인 상황 아니던가. 시험관 시술 준비를 하며 프랑스의 의료정책에 감탄하고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물론 무료라는 큰 장점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큰 단점이 있다. 나만해도 2014년 2월에 전화예약을 시작으로 내 몸에 수정된 배아가 이식 될 때 까지 정확히 1년이 걸렸다. 7,8월은 의사들도 바캉스를 떠나기 때문에 중요한 업무는 당연올스탑이다. 프랑스 친구들도 여름엔 아프면 안된다고 내게 말한적이 있다. 급하게 수술할일이 생겨버리면 좋은 의사들이 다 휴가 가고 없어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거다ㅠㅠ. 암튼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늙은 예비엄마입장에선 정말 속 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나는 2015년 1월 28일 수정이 된 배아를 나의 자궁에 넣었고 열흘의 시간을 보냈다.(프랑스는 최대 2개 이상을 넣치 않는다. 나는 8개의 난자가 채취되었지만 정자와 만난 후 단 2개만이 상태가 좋아 이번에 한 개를 시술했다) 그리고 피검사로 약 2주가 지난뒤 임신여부를 알 수 있었는데 첫 시험관 시술은 실패로 끝났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나의 난자와 올리비에의 정자가 만난 배아의 상태가 매우 좋다고 의사가 몇 번이고 말해줬던 점, 다행 중 불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아가 내 자궁에서 임신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패를 하고 나니 지난 1년의 준비과정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시술관련 내가 작성했던 다이어리를 들춰보고 병원서류를 처다 보고 있자니 뭐랄까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기분이 들기 보다는 그냥 모든 걸 내려놓게 되었다. 내가 전전긍긍한다고 혹은 아무리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고 해도, 시술의 성공여부는 오로지 삼신 할매^^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참 신기한 거는 이 준비 과정을 통해 올리비에도 아빠가 되어가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처음에 내가 임신이 됐을 때 얼떨떨하던 이 남자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한국의 아기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면 귀엽다며 한번 더 처다보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아기가 있으면 아기얼굴보고 내 얼굴 한번 스윽 보고 아이랑 눈 맞추며 놀아주기도 한다. 최근엔 내가 머리가 일주일 내내 아프다고 하니 임신아닌가? 란다 아이구 이제는 막 가져다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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