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몇달간 파악한 올리비에란 남자

by 박소연

몇 달을 살아보고 파악한 올리비에는 회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집에 와서 점심 먹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회사가 자전거로 10분 거리) 처음엔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이렇게 착각했지만, ㅎ나름 점심값도 아끼고 회사 근처 구내식당보다는 내 음식이 더 맛있었던 것. 그러나 파리까지 와서, 한국선 내 밥도 잘 안 챙겨먹던 내가 하루 두 번 밥상 차리는 일이 얼마나 고되던지. 처음엔 요리하는 즐거움에 빠져 기쁘게 해주었지만 어느 순간 이거 뭐 내가 여기 밥하러 왔나??? 싶은 기분이 들어 일부러 약속 있는 척 안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된장찌개를 어묵탕을 끓이던 뭐든 상관없이 매운 것만 아니면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런 올리비에를 보니 사실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나도 곧 불어 수업을 시작하면서는 더 이상 해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올리비에는 무언가 물건을 많이 사서 쟁여 놓는 거를 참 안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령 휴지, 치약, 삼푸, 물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쓰다가 똑 떨어져야 사는 사람이더라는 것. 그리고 칫솔질은 하루에 딱 한번 자기 전에만 한다. 신기하게도 많은 프랑스 사람들은 점심을 먹고 회사에서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의 음식처럼 강한 음식을 먹지 않아서 그러한 듯. 그리고 그는 머리를 감을 때 샴푸를 쓰지 않고 한 달에 한번 정도만 샴푸를 사용한다. 그리고 마흔 살이 훨씬 넘은 올리비에는 아직도 초등학생처럼 손수건을 사용한다. 근데 정말 많은 프랑스 남자들이 코를 풀 때 손수건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됐다. 다른 한불 커플들에게도 물어보면 프랑스 사람들은 참으로 검소한 편이어서 1회용 휴지보다는 아직도 손수건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환경을 생각하면 참 좋은 일이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실제로 내가 파리 도착한 다 다음날 인가 올리비에가 나에게 몇 개의 손수건을 주기도했다. 나는 그냥 넣어두시라고 했다.


그는 바지와 양말은 면의 보호를 위해 전부 뒤집어 세탁한다. 그리고 슈퍼에 가면 요거트, 과자 등등 사고 싶은 것의 모든 성분을 꼼꼼히 읽고 파악하는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한다. 요거트 앞에선 십 분도 넘게 모든 제품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성분 읽고, 비스켓 하나를 사더라도 뭐로 구웠는지 뭘 첨가했는지 다 파악해야만 산다. 건강을 고려하는 모습 나쁘지는 않으나.. 요거트 앞에서 10분 넘게 서있는 그를 기다리기 지겨워 이제 그 코너로 진입한다 싶으면 난 저기 과일보고 있을께 하고 자리를 떠난다.


어쨌든 그는 여타 프랑스 남자답지 않게 나에게 자신의 월급 반을 준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막상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서 돈을 나누고 평소보다 돈 쓸데가 더 많아지고 하는 것이 적응이 안돼서 같이 사는 초반에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선 나에게 엄청나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뭐든지 엄청 꼼꼼히 따져보고 봤다고 해서 당장 사지 않았고 세일을 기다리거나 인터넷으로 가격비교를 반드시 한후에 무언가를 사는 편이었다. 옷도 일 년에 프랑스의 공식 세일기간인 여름(6월 24일부터 8월 5일) 과 겨울(1월 7일월 2월 17일)이 아니면 거의 사지도 않는다. 한번 살 때 좋은 것 사서 잘 아껴 입는 그런 스타일의 남자였다. 그리고 주말이면 항상 음악을 크게 들었고, 평일에 집에 도착하면 곧바로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으로 잠들기 직전까지 티비를 보는 것이었다. 처음엔 나도 직장생활을 15년간 했으니까 그래... 회사 생활이 다 힘들지 스트레스 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가 인터넷을 하고 자기 전까지 티비 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일주일 2주일 3주일..아... 정말 나와의 대화는 뭐 하나 하는 것도 없이 집에 오면 티비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남자와 살아본 적이 없으니 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 어떻게 멋지게 대처해 줄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난감한 상황을 한국의 유부녀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모두의 대답이 돌아왔다 “야 남자들 집에 오면 원래 그래... 뭔 대화를 해 남편이랑”...“아 그래?! 그런거야? 음... 이거 참...”프랑스 남자라고 별반 다르진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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