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서프라이즈!

by 박소연

2013년 초, 소르본 불어수업의 겨울 방학 덕에 나는 생 로(SAINT-LO)라는 작은 도시로 올리비에의 출장을 따라나섰다. (올리비에는 한 달에 한번 씩, 프랑스의 어느 도시로 회계감사를 위해 2박 3일 정도의 출장을 자주 다닌다). 그는 일하러 가면 나는 가끔 이렇게 그의 출장을 따라가 도시를 탐구하거나 그냥 쉬다가 오기도 했다. 생로는 너무 작은 도시라 크게 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이 늦어진 생리에 이상하게 열도 나고 소화도 안 되어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그가 호텔로 돌아오기 전에 확인을 해봤다. 생애 처음으로 나는 임신을 한 것이다.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진짜 테스트기에 두 줄이 선명하게 그려진걸 보는 순간 미친 여자처럼 웃으며 눈물이 나왔다.


일을 다녀온 올리비에가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우리는 호텔 밖으로 나갔고 식당에서 저녁식사 주문을 마치고 난 뒤 난 그에게 임신테스트기를 휙 들이 밀었다. 역시나 “이게 뭐야” 라고 묻는 올리비에... 내가 생애 첫 여자 친구니… 그간 임신테스트기를 들이밀었던 여자 친구도 없었던 것이다. 정말 몰라서 뭐냐고 물은 것이다. 그래서 케이스와 함께 다시 건네자 그는 눈을 똥그라게 뜨며 나를 보더니 정말? 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얼이 완전 빠진 표정으로 “축하해, 우선, 음.... 집을 좀 더 큰대로 옮겨야겠네” 여자 친구 임신축하치고는 너무 옆집 아줌마 임신 축하 느낌 나게 차분 했었다. 아버지가 되는 게 상상이 되느냐는 나의 질문에 “아니, “소연이 배가 부르면 느껴질 거 같아. 지금은 잘 모르겠어” 라고 말하더니 고개 처박고 밥만 먹는 거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나 임신 했어”라고 말하면 보여주었던 남자들의 완벽한 행복 리 액션들은 다 뻥인 건가!! 만족스럽지 못한 그의 축하인사를 따지기에는 나도 에너지도 없고 너무 피곤했다. 호텔로 돌아와 우리는 저녁 내내 텔레비전만 바라보았다. 당시에 그는 정말 쇼크를 먹었던 거 같다. 우리가 같이 산지 6개월 정도 된 시점이라 이제 겨우 서로를 조금 알아 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아이가 생기는 상황까지 그는 미쳐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물어보니 내가 작은 일이라도 시작 한 후에 임신이 되기를 희망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정부에서 지원과 혜택 같은 걸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남자다운?? 또는 참으로 회계사다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던 것 , 암튼 그날 밤 그는 여러 가지 두려움과 근심으로 나에게 어떠한 멘트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텔레비전만 바라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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