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올라와 나는 동네 병원을 찾았고 피검사 결과를 통해 다시 한 번 임신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영어와 불어가 오가면서 의사는 나에게 다음 주에 초음파검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임신을 알고 2주의 시작이 지났고 소르본의 수업이 시작되던 첫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식은땀이 주루룩 나는 것이다. 기분이 이상해서 화장실로 달려가 보니 며칠 동안 갈색 혈이 조금씩 보였지만 그날은 분홍혈이 보이는 것이 예감이 좋지 않았다. 곧장 집으로 와 누워있었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자 뭔가 훅 하는 하혈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첫 임신이 끝나버렸다. 혼자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확인하고 올리비에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바꾸어 주었다.
생애 첫 임신이었기에 너무 충격이었고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의사는 괜찮다며 여섯 커플 중에 한 커플에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니 다시 임신이 될 것이니 걱정마라 힘을 내고 오늘 남자친구와 식당에 가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의사와는 참으로 다른 스타일) 마침 그는 ‘르망’이란 도시로 출장을 떠났던 차여서 급하게 기차를 타고 파리로 올라왔다. 하필이면 그날은 발렌타인 데이, 조그만 선물을 사 들고 집으로 들어온 그를 보자 나는 더 엉엉 울었다. 자궁 내부 애기 집에서 애기가 제대로 착상을 하지 못한 나의 케이스는 약으로 자궁수축을 시켜서 남은 혈을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2주 동안 태어나서 제일 많이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교도 나가야 했고 수업을 다녀오면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우 겨우 버티는 나날을 보냈다. 허리가 너무 아프고 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누우면 밤마다 눈물이 앞을 가렸고, 한국에 돌아가고픈 생각만 들었다. 그는 나의 이런 모습에 마음 아파하긴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내게 해줘야 하는지 잘 몰랐고 그는 그대로 지내고 나는 나대로 아파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