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 가득한 도로에 검은 고양이 하나 누워있다
붉고 검은 피는 눅눅해졌고 움직임이 없다
누구 하나 옮겨주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매일 건너던 길을 미처 건너가지 못하고
덜컹덜컹 몇 번을 밟혔는지 바라보기가 힘들다
어미를 따라 길을 건너던 길이었을까
먹이를 찾아 집에서 나오던 길이었을까
환한 불빛 따라 신나서 뛰어오던 길이었을까
어미를 따라나선 것뿐이었을 텐데
굶주림에서 벗어나려던 것뿐이었을 텐데
빛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을 텐데
멈추지 못한 순간이
쓸쓸한 마지막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 또는 기다렸을
모든 것들이 그대로 내게도 전해진다
누워있는 고양이가 혹은 내가 아닐까
마지막 인사 건네며 고양이 옆을 지나간다
혹은 내가 내 옆을 지나간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를 지나가고
쓸쓸함 옆으로 또 하나의 쓸쓸함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