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8일째,
신비하게도 감사한 밤

네팔 ABC 트레킹

by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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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8일째.

8박 9일의 일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타다빠니에서 마지막 방을 겨우 얻었다.

2층 끝 방은 창고 옆이었고 아래는 부엌이었다.

지지고 볶고 요리하는 소리와 냄새가 계속 올라왔다.

바닥 장판은 모두 뜯어져 돌아다녔고

한 사람이 겨우 누울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다.

커튼 뒤로 오래된 쿠션과 이불이 버려져 있었다.

옆 창고를 막고 있는 판자벽 틈이 온통 새까맸다.

이제 벌레와는 친구여서 두렵지 않았지만, 쥐가 나올까 봐 걱정이 되었다.


밖은 축제로 소란했다.

부엌의 소리와 축제의 소리가 초라한 밤에 활력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아주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 둘러싸여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늑하게 자는 법을 터득했다.

침낭에 눕기 전 가슴 주머니에 랜턴을 넣고 불을 켰다.

한쪽 호주머니에 아이폰을 다른 쪽에는 안경집을 넣고

침낭 속에 푹 들어가 머리끝까지 지퍼를 올렸다.

숨을 쉴 수 있는 조그만 틈 - 사실상 더 이상 닫아지지 않아서 생기는 틈이지만.

외 모든 틈을 없애고 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침낭 안은 음악으로 가득 찼다.

허름한 방과 밖의 소란 속에서 나만의 작은 공간이 생겨났다.

음악은 침낭을 가득 채우고 내 몸을 타고 흐르다가 내 안을 가득 채웠다.

신비한 일이다.

옴짝달싹하기 힘든 좁은 공간만으로도 감사했고,

오늘 하루 몸을 누일 수 있어 감사했고,

따듯한 물로 샤워할 수 있어 감사했고,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아 더욱 감사한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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