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콩 폭포 가는 길을 막고서
떡하니 풀을 뜯고 있는 소

필리핀 사가다 / 14년 전 여행

by 소묘
IMG_1545.jpg

보콩 가는 좁은 내리막 길을 떡하니 막아서서 풀을 뜯고 있는 소.

길은 가파른 경사인데 비 온 뒤라 미끄럽고

저렇게 소 님~이 계시니 흠... 보콩 폭포는 내일로.

IMG_1578.jpg

다음 날 다행히 비켜주셨다.

IMG_1572.jpg

보콩 폭포에 가려고 시도했다가 쓰러질 뻔했다는 걸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논길을 가로질러 가는 길은 풀이 무성해 도저히 건너갈 수 없었다.

저 멀리 폭포가 보이는 데 반쯤까지 용기를 내어 갔다가

걸개풀만 옷에 잔뜩 묻힌 채 되돌아왔다.

반바지였던 터라 여기저기 풀에 베어서 피가.

논길까지 가느라 걸어 내려왔던 수많은 계단을 다시 오르는데 머리가 핑~ 돌았다.

쉬었다가 다시 걷는데 핑핑핑~ 어지러웠다.

IMG_1573.jpg
IMG_1575.jpg

올라가기를 멈추고 계단에 주저 않았다.

(어제 비로) 젖은 계단에 앉아 신발에 잔뜩 묻은 흙을 터는데

멀리 산 중턱에서 개가 짖기 시작한다.

신발을 바닥에 때려 '탕탕' 터는 소리가 기분 나쁜가 보다.

아랑곳 않고 계속 '탕탕'

개가 산중턱에서 내려와 짖고 있다.

큰 개인줄 알았는데 청소년쯤 되는 아이다.

여기 개들은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도시에 비해 건강상태도 좋고 깨끗하다.

다시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니 개가 짖으며 계속 쫓아온다.

내가 멀어지는 걸 보더니 내가 앉았던 자리에 가서 이리저리 살핀다.

'탕탕' 소리가 뭐였는지 어지간히 궁금했나 보다.

코를 킁킁, 그래봐야 진흙냄새지.

내가 좀 더 멀어지니 다시 따라오며 짖는다.

그래, 이 산이 네 산이냐? 산까지 지키게.

그러곤 보콩에 가려면 가로질러야 하는 마을에 들어서니 그 마을 개들도 난리 났다.

오지 말라고 짖었다가 지나가면 빨리가라고 짖는다.

이 동네 개들은 오지랖이 어찌나 넓은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어제 동네 밖에서 봤던 꼬리 짧은 개가 오늘은 내 숙소 앞에 있고

아침에 숙소 근처에서 놀던 개가 동네 밖에서 달리는 지프니를 따라가고 있다.

아님 개들이 닮아서 그래 보이는 건가?

인척관계인걸 나만 모르고 있는 건가?

산에서 나를 쫓아온 개도 어디서 봤던 개인데 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