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묘 Sep 16. 2022

앙코르와트에서 낮잠을

캄보디아 씨엠립

그날들은 서로 녹아들어 갔다. 
마치 태양 아래에서 녹는 눈 뭉치처럼. 
<일기> 1918년 3월. 버지니아 울프


앙코르와트 낮 열두 시.

몇백 년 전 정글에 버려져있을 때처럼 텅 비고 조용해졌다.

전망 좋은 곳에 걸터앉아 

어제 마트에서 산 빵과 쿠키를 먹었다.

카레빵 안에 야채가 들어있어 맛있었다. 

쿠키는 모래 맛이었다. 땅콩 쿠키라는데 땅콩은 어디로.

고요 속에서 보는 앙코르와트의 부조들은 

실제 상황처럼 생기 넘쳤다.

게다가 해가 없고 바람이 솔솔 부는 캄보디아라니.

바람과 고요. 

앙코르와트는 신비했다.


졸음이 쏟아졌다.

잠시 한낮의 시에스타를 즐겼다.

한시 반이 되면서 조금씩 소리가 높아졌다.

회랑을 곁에 두고 소리들을 자장가 삼아 꽤 깊은 잠이 들었다.

일본인 그룹에서 조선인이란 말이 들려왔다.

불쾌했지만 졸려서 눈을 뜰 수 없었다.

한국인 그룹이 다가와 잠이 깼다.

내가 졸던 자리에서 가이드는 연설을 시작했다.

재미없었다.

그들 그룹이 떠나고도 정신을 차리느라 시간이 걸렸다.

앙코르와트는 다시 전쟁이었다.



'이 놈의 렌. 왜 없는 거야. 

돈도 많이 받았으면서...'

어제에 이어 모토바이크 기사를 기다렸다.

이게 손님을 곯리는 방법이라는 것 같은데. 

근처에서 기다리는 날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 빨래가 없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