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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milk May 07. 2016

나눔에 동참한다는 것

여기에 한 아이가 있습니다

명품매장에서 일하는 동생이 매일 작성하는 업무일지에는 가끔 이런 비슷한 내용이 적혀있곤 했다.



상품번호: XCBS-145

상품: 원피스

가격: 2,200,000

재고: 0/2 (솔드아웃)

메모: 2016 s/s 컬렉션 신상품으로, 산뜻한 오너먼트를 활용한 장식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때문에 여성고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음




어느 날 집에 돌아다니던 (아프리카 아이의 얼굴이 표지에 나와있는) 우리회사 소식지를 보고 동생이 나에게 묻는다.


이런거 후원하면 뭐가 좋아?


나눔에 동참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것'


나 때문에 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닥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한 번 도와줄 수도 있지만 한 아이를 후원한다는 것은 많은 책임을 의미한다.


잘은 모르겠으나 대략 아래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A. 후원자

내가 매일 생각없이 소비하는 커피, 운동화, 가방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오는 것인지 문득 생각해 보는 것


그 커피 몇 잔값을 아껴 하루종일 일하는 생산국의 한 아이에게 보탬이 되어주는 것

습관적 소비, 과시적 소비, 찰나 동안 느끼는 행복의 기분을 선택하는 대신

나를 위한 한 번의 비싼 밥, 한 번의 취미생활을
누군가 한 달 먹을 옥수수가루, 1년 학교 등록비, 몇 년이고 입을 교복과 기쁘게 바꾸는 것

누군가에게 삶의 의미가 되어준다는 것.


나눔은 더 많은 우리가 같이 행복할 수 있다는 거에요. (이미지: 구글)



B. 후원아동


가난하지만 나도 소중한 사람이고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춥고 배고프게 잠들어도 외롭지는 않고, 또 시작될 내일 하루가 조금은 기대되는 것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를 졸업하면 가족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음을 꿈꾸는 것

친구들 부끄럽지 않게 맨날 찢어진 옷 대신, 나도 교복을 입어보고 터져나오는 함박웃음을 멈출 수 없는 것



낯선 아이들, 미안해서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 저는 앞으로도 계속 만나러 갑니다.



C. 그리고 나에게는...

지금껏 이렇게 사는 아이들이 나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나만 배불리 먹고 자다가 밥 한톨이 아쉬운 아이 앞에서 한없이 미안한 것.

힘든 어머니가 하루종일 번 돈으로 신발도 없이 몇 시간을 걸어 아이들 주기 위한 밥 한그릇을 사오는 동안

그 외롭고 고단한 여정을 탄식과 눈물 대신 묵묵한 동참으로 함께하며 조금이나마 위로 받으시길 바라는 것.

가난한 가정에선 첫째가 아무리 동생들을 사랑해도 배고픔 앞에서는 먹을 것을 뺏게 되고, 삶이 어느정도 여유를 찾으면 가정도 화목하고, 사람도 선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을 목격하고 믿게 되는 것.

그러나 그 누구도 내가 어느 가정에, 어느 나라에 태어날 지 선택한 사람은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돌봐주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고, 작은 실천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너무 감사한 것.

미국 서부에서만 볼 수있는 '더치브로스' 커피전문점은 해외확장을 거부하고, 동네 학교나 참전군인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합니다. 나눔은 규모가 아닌 선택의 문제입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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