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Women with Big Hearts

작은 아씨들 (원작을 중심으로 1994, 2019 버전 영화 보기)

by 무비 에세이스트 J

루이자 메이 올콧이 1868년에 쓴 작은 아씨들이 2019년 그레타 거윅감독에 의해 다시 탄생되었습니다. 19세기 중반의 미국 가정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상이 150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변치 않는 관심의 영역이 일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줌과 동시에,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이야기로 바꾸어놓은 작가의 탁월한 능력을 느끼게 합니다. 시간을 거슬러가며 사랑을 받고 있는 작은 아씨들. 사람들은 왜 이 이야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걸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들과 그들이 꾸미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자인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고, 사랑을 통해 행복해하며, 상실을 통해 발전해나가는 캐릭터들에게 우리 모두는 마음을 다해 공감하고, 공감한 만큼 애정을 쏟는 것입니다. 더욱이 주인공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나이에 상관없이 로맨스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여성 독자들에게 특히나 어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세기에도, 21세기에도 말이죠. 작은 아씨들을 통해 많은 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원작과 영화를 오가며, "사랑"이라는 테마를 중심에 두고 작은 아씨들을 풀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올콧은 1832년에 태어나 1888년에 사망한 미국의 작가입니다. 초월 주의자이며 교육자였던 브론슨 올콧을 아버지로 둔 그녀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개혁적인 교육방법에 관심이 많았으며 노예제를 반대했고, 여성의 투표권 획득에 앞장섰습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4 자매 중 둘째였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가장 많이 투영한 캐릭터인 조는 사실 당대 독자들을 의식하여 기혼자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이것은 영화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에 더해 나중에 나온 3, 4부에는 아버지와 자신의 교육철학이 담긴 학교를 운영하는 조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물론 남편인 베어교수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말이죠. 현재 국내에는 작은 아씨들의 전 시리즈가 완역되어 출간되어 있습니다.

Louisa_May_Alcott,_c._1870_-_Warren's_Portraits,_Boston.jpg 루이자 메이 올콧






우리의 주인공, 작은 아씨들을 작가는 어떤 캐릭터로 그려냈을까요. 보다 원작에 충실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메그는 네 자매 중 첫째로 16살로 등장합니다. 원작에 따르면 무척 예쁜 외모에 약간 통통한 몸집을 지녔고, 피부가 희고 눈이 컸으며 갈색머리가 풍성하다고 묘사되어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희고 작은 손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고, 상냥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동생들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화려한 장신구와 예쁜 옷들을 동경하고 가난에 대해 가끔은 힘들어하고 불평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어린 동생들보다는 어린 시절 잘 살았던 기억을 가장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작가는 설명하죠. 메그는 자신이 사치와 허영을 동경한다고 늘 부끄러워하며 반성하고 당시의 완벽한 여성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21세기의 독자들에게 메그의 작은 허영심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는 네 자매 중 둘째로 소설의 구심점이자 작가의 자아가 반영된 캐릭터이고, 영화에서도 그레타 감독이 가진 페미니즘적인 생각이 조를 통해 많이 구현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캐릭터입니다. 15살의 나이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조를 원작에서는 "멀쑥한 키에 마른 체격이며 피부가 갈색이라 숫 망아지를 떠오르게 한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좀 더 원작의 묘사를 살펴보면, "길쭉한 팔다리를 주체하지 못해 어설프게 움직이기 일쑤이며 얼굴을 보면 결연한 입매에 모양이 독특한 코, 날카로운 회색 눈을 지닌 소녀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은 때로는 맹렬하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고 사려 깊게 보인다. 길고 숱 많은 머리카락을 지녔지만 평소에는 성가셔해서 머리망 속에 쑤셔 넣고 다닌다"라고 꼼꼼하게 그녀의 캐릭터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런 원작의 묘사에서 우리가 읽어 낼 수 있는 작가의 의도는 '조는 당대의 기준에 맞춘 외모나 여성상을 지닌 인물이 아니라,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이고 지적이며 여러모로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난 특별하게 튀는 인물'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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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 중 셋째로 장밋빛 뺨을 가진 열세 살 소녀인 베스는 주인공 네 명 중 유일하게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캐릭터로, 그녀의 죽음은 모든 가족을 성장시키지만 특히 조의 내면을 성장시키게 되고, 이로 인해 조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독자들 역시 조와 함께 감정적 성숙을 경험하게 됩니다. "수줍음 많은 태도와 자신감 없어 뵈는 목소리, 그리고 여간해서는 흐트러지지 않는 평온함을 가진 소녀로, 자기만의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작은 성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답게 이웃에게 항상 따뜻한 마음을 베풀기를 좋아한다"라고 작가가 원작에 묘사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아이답지 않은 품성과 인격을 지녔다는 것은, 어쩌면 때 이른 죽음을 맞이 하는 그녀에게 짧은 생의 길이만큼 압축적으로 미덕이 부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피아노 덕분에 이웃집 로렌스 할아버지와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불같은 성격의 조를 누구보다 잘 받아줄 수 있었던 성격 덕분에 조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자매이기도 합니다.




에이미는 마치 집안의 12살 막내로 푸른 눈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의 곱슬머리와 하얀 피부를 지닌 이쁘장한 외모의 소유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평소에 항상 품위 있는 태도와 말씨를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나이에 맞지 않는 이런 모습들은 가족들과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원작에 따르면 철자를 정확하게 외우지 못해 곤욕을 치루기도 하고, 자신의 낮은 코를 높이기 위해 빨래집게로 코를 집어 높이려는 노력을 열성적으로 하는 등, 당시에 추앙받던 이상적인 여성상을 따르고자 매우 애쓰는 캐릭터입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소설을 읽고 에이미를 따라 코에 빨래집게를 집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저의 코는 높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에이미처럼 말이죠. 가족 중 가장 예술적인 면을 지닌 인물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전문적인 화가의 길은 포기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어린 시절 그렇게 되고자 했던 품위와 우아함을 지닌 진정한 숙녀로 자라나게 됩니다.





로리는 주인공인 네 자매의 옆집에 사는 15살의 외로운 소년입니다. 그러나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16살을 한 달 남겨놓은 나이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계산대로라면 16살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메그와 조가 참석한 파티에서 조와 드라마틱한 첫 만남을 가지며 인상적으로 등장합니다. 파티가 벌어지는 중앙홀이 아닌 다른 방에서 손발이 맞지 않은 채로 장난스럽게 춤을 추던 1994년 버전과, 아예 파티장의 바깥에서 마음껏 자유로움을 발산하며 추던 2019년 버전 모두 조와 로리가 소울메이트같은 면모를 지녔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장면으로, 당시 이 부분을 집필하던 루이자가 바라던 이상적인 연애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로리가 외롭게 살고 있는 이유는 로리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몹시도 반대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음악가와 사랑에 빠져 집을 떠나 결혼을 하지만 이른 나이에 사망하면서, 할아버지의 손에 맡겨져 엄하게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정교사인 존 브룩에게 홈스쿨링을 받고 있고, 그 외에는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가 전혀 없던 로리에게 옆집 마치 자매들과의 교류는 삶을 바꿀만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실제로 마치 집안에 처음 방문한 날부터 아들 같은 대우를 받으며 마치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가깝게 여기게 됩니다. "큰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로 인해 나이보다 성숙한 외모를 지녔으며 길고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에, 손발은 작다"라고 원작에는 묘사되어 있습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든 활동에서 조와 2인조로 행동하며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지만 그 이상의 관계를 맺는 데에는 실패하고, 에이미와 결혼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으로써 평생에 걸쳐 특별한 사이로 지내게 됩니다.




이야기는 남북전쟁이 시작된 즈음의 매사추세츠의 콩코드 지역에서 시작됩니다. 마치 가문은 사실 과거에는 부유했으나 네 자매의 아버지가 어려운 친구를 돕다가 전재산을 탕진하여 현재는 곤궁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쟁이 나자마자 종군 목사로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부재가 전제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원작과 영화 모두 아버지의 안전을 염려하고, 그의 안부가 담긴 편지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큰 뼈대로 두고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어머니는 전쟁 중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매들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보살피는 이상적인 어머니상, 어쩌면 약간은 불가능에 가까운 완벽한 인간상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네 자매 중 메그와 조는 가정형편에 도움을 주고자 일을 하고 있으며, 에이미만이 유일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몸이 약한 베스는 하녀인 해나 할머니와 함께 집안일을 돕고 있습니다. 마치 가문의 옆 집에는 부유한 로렌스 가문이 살고 있고, 그 집에는 할아버지와 손자인 로리, 로리의 가정교사인 존 브룩이 적막함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네 명의 자매 모두 10대 시절에 이야기에 등장하여, 베스를 제외한 전원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1, 2부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네 자매 중 조만이 유일하게 작가로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19세기의 신여성으로 묘사되고 있고, 3, 4부에서는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며 겪는 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1. 예정된 연애의 장(field)


4명의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옆집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한 신비로운 소년과 이 소년을 지도하는 준수한 청년이 삽니다. 그리고 이 소녀들과 청년들은 이런저런 일들을 겪지만 결국 다정한 이웃으로 지내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런 설정이라면 어느 누가 이 소설을 읽을까 싶은 겁니다. 또래의 이성들이 나오는 책이라면, 게다가 소녀 넷에 청년 둘이 나오는 소설이라면 아마 그 누구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연애'라는 감정의 격동에 휘말려 펼쳐지는 로맨틱한 드라마를 기대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성 간에 무조건적이고 우선순위로 발생하는 당연하고 자연적인 현상이자 법칙이기 때문이죠.

우리의 이런 상식을 잘 알고 있던 작가는 1부를 끝내고 2부를 쓰면서 아예 서두에, 노골적으로 2부는 이들의 연애 이야기에 집중할 거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담처럼 던지면서 말이죠. “집에 활기찬 딸이 넷이나 있고 옆집에 근사한 청년이 살고 있는데 나한테 달리 무슨 기대를 하느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작가 루이자는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미스터리 한 연애 에피소드가 전해지는 에밀리 디킨슨처럼 루이자 역시 마음속으로 연애의 감정을 가진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연애에 대한 환상이나 이상적인 연애에 대한 생각정도는 당연히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연애의 감정조차 부정했거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니 말이죠. 루이자는 가족생활, 당시의 시대상황, 당대의 미덕들을 주로 1부에 담았지만 1부의 대성공 이후에는 보다 독자들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본인이 쓰고 싶던 연애 이야기를 2부에 가득 실어주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서두에 아예 집필방향을 알려주면서 까지 말이죠. 작은아씨들은 이처럼 캐릭터의 구성 자체부터 이들 사이의 연애가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제와 독자들의 기대는 루이자의 상상력과 유려한 문장들로 구현되었죠. 텔레비전이나 유튜브가 없던 19세기 독자들의 연애에 대한 환상을 만족시켜 주었던 루이자의 작품들. 콩닥거리는 심장을 어르며 홍조 띤 얼굴로 루이자의 이야기를 읽었을 19세기의 독자들이 어쩐지 가깝게 느껴집니다.



2. 모두 다 다 알던 그들의 로맨스 – 메그와 존


메그의 러브라인이 처음부터 너무 자명하게 존 브룩(로리의 가정교사)과 만들어지면서 독자들은 메그와 존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시간문제인 만큼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언제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까에 집중하며 소설을 읽게 됩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죠. 다정하고 예의 바르며 마음씨 착한 갈색 눈동자의 존 브룩이 일찌감치 메그의 남자로 선택되었으나 둘이 연결될 수 있는 이렇다 할 사건이 없어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인가 체념할 즈음, 작가는 본격적으로 메그를 위한 계기를 만들기 시작하죠.

작가의 센스 있는 몇 가지 소설적 장치들은 메그와 존의 마음의 거리를 점점 좁히게 되고 마침내 도달한 1부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치 대고모의 예기치 않은 도발로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저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되는데요. 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직후 곧바로 메그가 존 브룩의 무릎에 앉아있다 조에게 들키는 장면이 그것이었습니다. 1994년 버전에서는 문 앞에서 키스를 하고 있다 조에게 들키는 장면이 등장하니 보다 원작에 충실하게 이 장면을 담아내고 있는 셈입니다. 저에게 소설에서 이 장면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일상에서 전방위적으로 지루할 만큼 보수적이고 윤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던 이전의 내용과는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기가 무섭게 남자의 무릎에 앉는 장면은 현재의 기준으로도 파격적인 진도가 아닐까 합니다. 심지어 당황한 조를 보며 존이 태연하게 처제라고 부르는 모습이 이어지니 저의 충격이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되실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 작가는 1부 내내 메그와 존이 사귈 거라고 누구나 알고 있었는데도 진척을 시키지 않다가 마지막 한 장면에서 모든 독자들의 답답함을 한방에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루이자가 연애를 했다면 바로 이런 파격적인 연인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3. 조의 친구 vs. 에이미의 연인


사랑스러운 조세핀과 귀여운 로리. 첫 만남에서부터 극적이었던 이 둘은 소설의 1부 내내 독자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한쌍의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마치 가족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어느 순간 로리의 일이 되었고, 또한 로렌스 집안의 일이 되어버립니다. 마치 네 자매에 추가된 또 한 명의 자매처럼 네 명의 자매 모두와 가족의 정을 나누는 로리이지만 처음부터 조에 대한 감정은 남달랐다는 것이 소설의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1부의 끝부분에 접어들면 노골적으로 조에게 자신의 감정을 암시하여, 조를 매우 불안하게 만듭니다. 독자들은 큰 기대에 초조함과 두근거림을 가지고 책장을 덮었겠지만 말이죠.

또한 1부에서는 로리와 에이미와의 어떠한 감정적인 교점도 내보이지 않은 채 철저하게 큰 오빠와 귀여운 막내의 관계로만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1부는 끝이 나고, 독자들은 오로지 조와 로리의 관계를 궁금해 하며 1년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와 로리에 대해 독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생각을 가졌던 작가로서는 특히 이 세 명의 관계 설정에 고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영혼처럼 보이는 조와 로리를 이대로 부부로 만들었을 경우, 해피엔딩을 바라는 많은 여성팬들의 환호를 받을 수는 있겠으나, 당시 관습과는 달리 결혼보다는 자기 커리어를 가진 독립적인 여성상을 만들려고 했던 작가의 애초의 의도와 큰 차이가 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주요 등장인물인 로리가 조와 헤어지면 독자들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치 가문과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어 더 이상 마치 자매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에 등장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고민 끝에 나온 해결책은 결국 로리를 마치 가문의 일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조의 연애의 대상, 혹은 결혼 대상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말이죠. 이런 식의 발상으로 로리와 에이미의 결혼을 생각해보니, 둘의 결혼은 조의 위상과 작가의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급조된 필사적인 플롯 구성의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로리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4. 조는 결국 조를 사랑했다 – 프리드리히 바에르


1부의 성공 이후 작가는 곧바로 2부를 집필했지만 그럼에도 2부 출간에는 1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부를 기다리던 독자들에게 작가는 첫 페이지에 보란 듯이 연애 이야기를 많이 하겠다고 대놓고 선언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것은 1년을 기다려 온 독자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러나 원작의 2부를 열자마자 독자들은 조와 로리의 갑작스러운 이별 장면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러나 조와 마치 부인의 위로에 독자들은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 이제는 로리를 대체할 새로운 남자 캐릭터의 등장을 고대하게 됩니다. 수많은 독자들의 들끓는 기대에 부응해야만 했던 새로운 캐릭터의 조건은 무엇보다 로리와는 전혀 달라야 하는 데에 있었고, 이에 더해 조의 이상형이자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만 했으니 작가 역시 상당히 정성을 다해 캐릭터를 창조해냈을 것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조의 남자 바에르교수는 감성보다 지성이 발달한 조와 모든 면에서 쌍둥이처럼 닮은 면모를 가진 캐릭터로 비춰집니다.

바에르 역의 루이 가렐


문학을 사랑하고, 철학적으로 사유하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검소하고 온화한 독일 남자인 프리드리히 바에르. 높은 학식을 갖고 있으나 겸손하고, 지성과 인품으로 인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하는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인 프리드리히 바에르는 조가 어린 날에 꿈꾸었던 바로 그 유럽인이었죠. 뿐만 아니라 조보다 한참 많은 나이 덕분에 조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을 미리 지니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바에르를 이런 캐릭터로 등장시키다 보니 조는 바에르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에게 강하게 끌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와 평생을 함께 하기를 원하게 됩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던 조였지만, 바에르에게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찾게 된 조는 그것을 확신한 순간 그녀의 운명을 따르기로 결심을 한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이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로 살았던 이유를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가 또 다른 자아를 이성에서 찾을 수 있었던 운 좋은 여성이었던 반면, 루이자 올콧은 그다지 운이 좋지 않았었다고 말이죠.






이렇게 우리의 작은 아씨들은 자신들이 어린 시절 그리던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되었습니다. 메그는 데이지와 데미라는 남녀 쌍둥이를 낳았고, 조는 로브와 테디라는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에이미역시 베스라는 예쁜 딸을 낳아 로리와 함께 모범적인 부모가 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자매들의 성숙한 모습에서 독자들은 진정한 사랑이 결실을 맺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부모가 되어버린 그들을 보고 있자니 소박했지만 함께여서 찬란했던 그들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어쩐지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습니다. 조가 로리랑 헤어지고 다른 남자랑 연결됐다고 마냥 기뻐하던 저의 어린 시절이 반쯤은 포개어져 떠올랐기 때문이겠죠. 작은 아씨들은 언제까지고 작은 아씨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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