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2011)
만일 어느 날 시간의 마법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그 사람을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여기 이런 마법 같은 일들을 겪은 한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꿈꾸던 시절로 되돌아갔고, 그곳에서 자신의 우상을 만나게 되죠. 이 이야기는 이런 마법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만일 우리가 70대 중반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가 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어떤 일들을 아쉬워하고 어떤 일들을 여전히 갈망하고 있을까요? 노년인 그 나이에도 여전히 삶을 찬미하고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필립로스의 말처럼 노년은 학살일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또 다른 가정을 해봅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을 동화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는 공주로 변신하여 왕자와 꿈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밤 12시가 되면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왕자를 재회하여 로맨스를 완성하게 된 곳은 바로 현실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속에서 자신의 꿈을 내려놓고 현실에 묶여 지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일상에 파묻혀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가치를 잊고 지냅니다. 잃을 것이 많아 보이는 현실 때문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주머니속에 담아두고 그저 만지작거리며 용기없는 자신을 탓하고 있을수도 있습니다. 70대 중반의 나이에 이 영화를 제작한 우디앨런감독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20대 초반에 신인작가로 데뷔하여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젊은 헤밍웨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으며, 자신이 커리어를 쌓기위해 노력했던 그 시작점으로 돌아가 50년이 넘게 한 길을 걸어온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우상인 헤밍웨이에게 위로받고 싶었던 것일까요.
혹은 대다수의 용기없는 우리들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일을 하는 데에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는 화려함과 물질적 풍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주는 단 한사람과 나누는 소박한 낭만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흔히들 말하는 역사의 황금기는 평가하는 후세에 의해 달라집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에 예술적 낭만과 자유로 풍요로워 보이던 1890년대의 파리도, 1920년대의 파리도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혼란하고 힘든 시기였을 지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삶의 여정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마냥 힘들고 버거운 우리의 현재는, 인생의 끝에 선 순간이 되어서야 오직 아름다웠던 시절, 즉 Belle Epoque로 비춰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인생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요? 주머니속의 내 꿈들을 만지작 거리는 지금, 그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삶을 꽉 채워주는 것은 결국 화려한 커리어나 거액의 연봉이 아니라, 내가 하는 초라해 보이는 일들에 감탄하며, 비내리는 밤거리의 낭만을 함께 나눠주는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이고,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보는 용기일 것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선생님은 말합니다. “학교, 은행, 회사, 이런 것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사랑, 낭만, 우정, 시, 문학은 우리의 삶 그 자체의 이유, 즉 삶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화려한 연극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는 그 연극을 단지 바라보는 관객이 아니라 그 연극의 대사 한 줄을 쓰는 데에 참여하고 있고, 따라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 한 줄을 어떻게 잘 써야하는 지라고 말이죠.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 모두는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인공임을 인식하는 그 순간이 바로 우리의 골든에이지, 우리 삶의 황금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