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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 에세이스트 J Mar 19. 2023

변명

내 글은 

우울을 먹고 자랐다.

우울의 늪에 뿌리를 깊게 담그고

염치도 없이 게걸스럽게

우울을 빨아들였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건

우울이 부족해서일까

우울만으로는 뻗어나갈 힘이 부족해서일까


글은 우울을 찾아다니고

나는 글을 찾아다닌다.


요행히도 글을 붙잡은 오늘 같은 날

희한하게 우울에서 비껴 난 이런 날

오랜만에 마주한 글의 얼굴을 부여잡고 묻는다.


니 문제가 뭐냐


글은 말이 없고

나는 그를 지체시킬 힘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바라본다.

바라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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