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우울을 먹고 자랐다.
우울의 늪에 뿌리를 깊게 담그고
염치도 없이 게걸스럽게
우울을 빨아들였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건
우울이 부족해서일까
우울만으로는 뻗어나갈 힘이 부족해서일까
글은 우울을 찾아다니고
나는 글을 찾아다닌다.
요행히도 글을 붙잡은 오늘 같은 날
희한하게 우울에서 비껴 난 이런 날
오랜만에 마주한 글의 얼굴을 부여잡고 묻는다.
니 문제가 뭐냐
글은 말이 없고
나는 그를 지체시킬 힘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바라본다.
바라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