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은 '회식' 없는 직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일반 기업에서는 팀장이 게임 좋아하면 단체로 PC방 가는 게 회식이고, 등산 좋아하면 북한산 타는 게 회식이라고 하던데 지금은 달라졌지만 승무원도 비슷했다. 십 몇년 전만 해도 팀 비행 끝난 뒤 회식이 잦았다. 팀장님이 맛집 좋아하면 팀장님 따라 서울 곳곳을 배회했고, 술 좋아하는 팀장님 만나면 2차, 3차까지 달려야 했다. 오프인데 쉬지도 못하고 팀원들과 우 몰려다닐 때는 서울 시내가 커다란 기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알기로 요즘은 그 옛날 그런 회식은 없다. 회사에서 반기마다 활동비 명목의 회식비를 지원하는데 팀 분위기나 비행 노선에 따라 사용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활동적인 팀원이 많다면 투어를 나가기도 하고, 미슐랭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우리 팀은 방망이 깎는 노인들마냥 묵묵히 일만 하는 조용한 스타일이라 팀원 누구도 숙소 밖으로 나가길 원치 않았다. 한창 전쟁 중인 중동을 간 것도 아니고 뉴욕을 갔는데 만장일치로 크루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조용히 식사하는 것으로 끝냈다.
스테이크 7개, 파스타 1개, 샐러드, 클램차우더, 버팔로윙을 두 개씩 주문하고 탄산음료 6개를 시켰다. 후식으로 치즈케잌과 커피를 마셨다. 당연한 얘기지만 해외 체류 때는 술은 마시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팁을 얼마나 놓고 올 것인지가 화두에 올랐다. 10%부터 15%, 18%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왔고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호텔 측에서는 팁을 이미 20% 포함해서 청구했다. 아 머쓱하여라. 팁만 120불, 한화로 16만 원을 냈다. 종종 까먹고 있다가 미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사실을, 이렇게 팁을 뜯길 때마다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