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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C Nov 01. 2023

밀가루 끊기 2주차 효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가운데 아래 질병을 유발하는 게 있다. 


여드름, 습진, 피부염, 발진, 건선, 다크서클, 두드러기, 탈모, 설사, 변비, 과민성대장증후군, 복통, 복부팽만, 구내염(입병), 위경련, 소화불량, 대장암, 간기능 장애, 치아 법랑질 손상, 식도염, 지방간, 유당 불내증, 췌장염, 인후염, 피로, 체중 감소나 증가, 지구력 저하, 불안, 우울, 감정기복, 과민반응,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현기증, 정신분열증, 간질, 관절염, 근육통, 체력 저하, 저신장, 불임(남성불임 포함), 월경불순, 두통, 편두통, 빈혈, 발기부전 등


미국의 내과 전문의 스티븐 왕겐 박사에 따르면 이 모든 질병의 원인은 밀이다. 정확하게는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이 원인이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한 종류로 빵을 부풀어오르게 만들거나 쫀득쫀득한 식감을 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밀가루의 글루텐이 저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현대인의 겪는 거의 모든 질병들이 글루텐으로부터 비롯되는 셈이다.  


최근 음식을 먹고 소화가 잘 안되는 일이 빈번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책  <밀가루만 끊어도 100가지 병을 막을 수 있다>를 읽고 우리가 매일 먹는 밀가루가 원인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주 전부터 남편과 함께 밀가루를 끊어보기로 했다. 정확하게는 글루텐이 들어있는 밀, 호밀, 보리를 끊기로 했다. 남편은 즐겨마시던 맥주를 끊어야했다. 나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맥주에도 글루텐이 많이 들어있다. 대부분 맥주는 보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밀가루를 끊고 알게 된 사실은 그동안 밀가루를 엄청나게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빵, 면류, 과자에 이르기까지 싱크대 찬장을 열어보면 밀가루가 아닌 게 없을 정도였다. 외식을 하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고기나 해산물을 파는 식당을 제외하면 죄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팔고 있었다. 


밀가루를 먹지 않고 가장 먼저 체감한 사실은 속이 편하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많이 해도 속이 가벼웠다. 남편은 20대 후반부터 술 마신 다음날에는 늘 설사로 고생을 했는데 맥주를 끊은 다음부터는 거짓말처럼 설사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고 피로감도 줄어든 것 같다. 그동안 기운이 떨어지고 소화는 안되고 점점 몸이 녹슬고 고장나는 게 다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알레르기 피부염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고 지금도 상비약을 늘 챙겨다니는데 밀가루 끊기로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스티븐 박사에 따르면 글루텐 불내증, 즉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은 비단 소화기 장애에만 국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열거된 질환들에서 알 수 있듯이 밀가루 먹고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들이 시간 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는데 둘 다 글루텐에 민감한 걸 보니 어쩌면 불임의 원인이 글루텐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밀가루를 거의 먹지 않았던 것 같다. 밥상에는 주로 쌀밥과 국이나 찌개, 그리고 밑반찬들이 올라왔고 요즘처럼 과자나 빵, 라면 같은 걸 재놓고 먹지는 않았다. 나 때는 중고등학교까지 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는데 그때는 밀가루 베이스의 반찬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오뎅이나 소세지 정도? 가끔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돌아다니긴 했다. 


밀가루를 달고 산 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밖에서 밥 먹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햄버거나 짜장면, 칼국수, 라면, 치킨, 돈까스, 튀김을 대량으로 섭취하기 시작했는데 급하게 화장실을 찾거나 변비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인 것 같다. 


책에서 스티븐 박사가 지적했듯이 밀가루가 전세계를 점령한 이유는 밀이 다른 곡물에 비해 영양분이 높고 더 뛰어난 식재료라서가 아니다. 밀이 맛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밀은 수확량이 어마어마해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가장 싸다는 것이다. 또 밀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원래 인간이 밀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류는 지난 200만년 동안 채소, 과일, 야생동물을 먹으며 살아왔다. 밀을 재배해 먹기 시작한 건 고작 1만년 정도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인간이 먹지 못하는 걸 먹고 있었던 것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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