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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쁘다 Sep 07. 2017

가을이

[내게로 온다]



이번 여름은 그 열기와 함께 한껏 들끓다 한여름의 꿈결처럼 이내 사라졌다. 마치 잠에서 깨어 지난 밤 꾸었던 꿈들이 가물가물한 것처럼 잡힐듯 하지만 잡히지 않아 아련하다. 생각을 곱씹어보기도 전에 알싸한 바람은 곧장 내게 가을을 가져다 주었다. 밤공기가 제법 선선해져 하늘에 달린 구름처럼 두툼하고 가벼운 이불을 꺼내었다. 서늘한 이불사이로 두 다리를 찔러넣으면 발끝부터 가슴까지 가을이 스며들어 전율이 인다. 새벽 6시에도 한창 어둠이 내려 앉아있는 이 계절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이제 곧 콧끝이 쨍할 날이 오겠지. 그때는 지금의 이불보다 더 도톰하고 묵직한 구름이불을 꺼내들테다. 무겁게 내려앉은 밤공기는 고요히 나를 잠재울테고 밤하늘의 별들은 유독 반짝일거다. 그렇게 오래도록 그리워한 연인처럼 가을이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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