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을 다 더해서 계속 감산해서 나온 수가 2번, 이 2번들을 페르세포네 유형이라고 부릅니다.
2번은 피타고라스 수비학에서 여성의 수이며 조화와 균형을 상징하는 수입니다.
2번과 3번은 함께 스토리로 보면 이해하기 좀더 쉽습니다. 신화에서 둘은 모녀 지간입니다. 2번은 페르세포네, 3번은 그녀의 어머니 테메테르입니다.
페르세포네는 제우스와 풍요의 신 테메테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페르세포네는 결혼 후에 얻은 이름이며 원래 이름은 딸, 처녀라는 뜻의 코레입니다. 신화의 여러 버전에서 묘사되기로는 페르세포네는 온순한 본성을 지닌 아름답고 천진난만한 소녀로 어머니로부터 심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테메테르가 딸을 과잉보호 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제우스의 여성 편력으로 인해 남자에 진절머리가 났을 지도 모릅니다. 지긋지긋한 남자들로부터 딸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겠죠. 어떤 버전에서는 테메테르는 딸의 운명이 걱정된 나머지 점술가를 찾아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 점술가는 테메레르에게 미래의 페르세포네의 남편이 그녀를 훔쳐갈 것이라는 예언을 했습니다. 딸의 운명이 걱정된 테메테르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외딴 섬에서 딸을 숨겨서 키웠다고 합니다.
당연히 페르세포네는 테메테르의 과잉보호를 받아서 과년한 처녀가 되도록 연애 한번을 못했다고 하지요. 섬에 갇혀 있기도 했거니와 페르세포네도 그런 상황에 딱히 불만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어요. 님프들이랑 꽃을 따며 희희락락하고 있을 때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저승의 왕 하데스가 지하세계로부터 잠깐 위로 올라왔다가 페르세포네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다짜고짜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지하로 사라져 버긴거죠. 예언처럼요. 애지중지 보살피던 딸이 없어지자 테메테르는 거의 실성 수준에 이르지요. 대지의 여신인 테메테르가 땅과 작물을 돌보지 않는 바람에 몇 년째 흉년이 이어져 인간들은 먹고 살 것을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신전에도 제물이 들어올 리가 없었죠. 신들의 난리통에 결국 신들의 왕 제우스가 하데스에게 전령을 보내야 하는 사태가 됩니다. 그 전령은 바로 우리가 1번에서 만난 헤르메스입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기 싫어하고 이를 눈치챈 센스쟁이 헤르메스는 하데스를 위해 조언을 건내죠. 하데스는 헤르메스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페르세포네에게 지상으로 돌려주겠다며 돌아가기 전 목을 축이라며 석류를 건네줍니다. 페르세포네는 석류를 몇 알 집어 먹어요. 마침내 딸을 만난 테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만나자 마자 저승에서 먹은 음식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바로 저승에서 음식을 먹으면 저승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석류를 먹은 사실을 들은 테메테르는 다시 딸을 저승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 절규하고, 땅이 또다시 황폐해 질 것을 걱정한 제우스는 페르세포네가 일년의 1/3만 저승에 머무르는 것으로 테메테르와 합의합니다. 그래서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있는 기간 동안은 테메테르가 슬퍼하며 땅을 돌보지 않아 춥고 황폐한 겨울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2번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읽으며 무언가 앞뒤가 묘하게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페르세포네가 아무리 순수했다고 한들, 아무리 섬에 갇혀 살았다고 한들… 제우스의 딸이자, 테메테르의 딸이 저승의 음식을 먹으면 저승에 남아야 한다는 신들의 규칙을 알지 못했을까요? 섬에 갇혀 엄마와 함께 생활하던 페르세포네는 순수하고 밝은 모범생 스타일의 소위 착한 딸이었다고 묘사되고 있어요. 그런데 한가지 좀 색다른 일화가 있습니다.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로 납치 되었을 때, 그곳엔 이미 하데스의 연인으로 민테라는 강의 요정이 있었던거에요. 이게 웬일, 본인을 좋다고 납치해 놓고 다른 여자가 있었다니! 분노한 페르세포네는 민테를 끌어내 죽이는데...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고 계속 밟아서 죽이는 것으로 전해지더라구요. 민테는 밟을수록 향기가 났고 민테가 죽은 후 그 자리에서 피어난 풀도 같은 향기가 나서 사람들은 그 풀을 민트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또 여러 버전이 있기도 하지만 아도니스에 관한 이런 이야기도 있죠.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 모두의 사랑을 받은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여신 중 하나를 선택할 시간이 왔을 때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어요. 이에 화가 난 페르세포네는 멧돼지를 보내서 사냥을 하고 있는 아도니스를 죽입니다.
이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페르세포네는 실은 결혼 전의 본인의 삶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하는요. 호기심 많을 나이에 안전하지만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하고 대화할 상대라고는 엄마밖에 없으며, 자기 또래의 여자 요정들과 꽃만 꺾고 노래만 부르는 그런 삶이 세상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페르세포네는 본인의 자유와 독립을 제한하는 엄마로부터 떨어지고 싶지만, 워낙 엄마와의 관계가 미묘했을꺼에요. 오랜 시간 엄마의 과잉보호를 받으면서 자랐으니 엄마로부터 벗어나기에는 무섭고 두렵기도 하고 자신감도 없었을겁니다. 또 자기만 보는 혼자 된 엄마를 버리기에는 걱정과 죄책감도 한가득이구요.
그런데 이게 왠 떡인가요. 페르세포네가 저승으로 갔는데 자기를 납치한 자가 비록 저승의 왕이이긴 하나 왕이겠다, 잘생겼겠다(이것에 대해선 너무나 상반된 설들이 있지만), 본인 비위를 잘 맞춰주겠다, 저승에 재물이 좀 많을까. 과년한 처녀가 저승 음식을 먹으면 저승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과연 몰랐을까 말이죠? 저승은 위험하긴 하지만 내가 온전히 내 정체성을 갖고 여왕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비록 저승이기 때문에 엄마와 완전히 단절되겠지만 머리를 굴려 엄마인 테메테르의 자존심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삶의 길을 찾은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순수했던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납치되면서 강인하게 변해가는 모습은 인생의 힘든 시간과 상실, 갈등 속에서 성숙해 가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저승에서 하데스와 금슬 좋은 부부로 지냈고 여왕으로서도 꽤 큰 영향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데스가 지옥의 왕으로서 차갑고 냉정하게 죽은 영혼들을 다른데 반해서 페르세포네는 종종 그 영혼들을 공감하고 또 자비를 베풀기도 했습니다. 물론 하데스에게 부탁해서 말이죠.
이승은 주로 의식의 세계, 저승은 무의식의 세계로 대표됩니다. 페르세포네는 어디든지 다 갈 수 있는 헤르메스를 제외하면 저승과 이승을 주기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유일한 신이에요. 그래서 저승의 여왕, 즉 무의식 세계의 여왕이기도 하지만, 의식도 잘 조율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2번, 페르세포네 유형의 사람들은 사물과 상황을 잘 꿰뚫보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잘 공감하는 조정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엄마와 남편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를 왔다 갔다며 본인 자신은 갈등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럼 2번 유형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2번 페르세포네 유형은 균형을 맞추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많이 분석합니다. 그래서 팔방미인이 될 수 있고, 되고 싶어 하지만 그 반대로 감정적인 면을 너무 내보이지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2번은요.
공부를 잘하거나 열심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분석해 삶의 여유가 없거나 예민하고 신경질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