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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Feb 05. 2020

운동은 춘삼월에?


<2020. 2. 5>


나는 새해가 한겨울 1월에 시작하는 게 늘 불만이다. 솔직히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나 크게 다른 점이 없지 않나? 여전히 추운 겨울인 것을. 기왕이면 따스한 춘삼월에 새해를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러니까 2월이 12월이고 3월이 1월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해마다 1월과 2월은 어, 하다 보면 지나가고 금세 3월이 다가온다. 날이 풀리면 몸도 풀리고 마음도 풀리니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딱 좋지 아니한가. 나는 그냥 3월 1일이 1월 1일이었으면 하고 떼를 써본다.     


그래서인지  나의 올해 계획은 2월이 넘어서야 그림이 그려졌다. 써놓고 보니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군. 어쨌든 크게 몇 가지를 잡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근력운동이다. 이전에는 주로 한 두 시간씩 걷기운동을 했다. 우리 동네는 특히 걷기 좋은 산책로와 등산로가 많아 걷기에는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걷기만으로는 평소 체중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아 늘어가는 배둘레햄을 어찌할꼬! 9년 전 호르몬성 유방암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어 체중이 느는 건 반드시 막아야 했다. 지방세포에서도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뱃살과 더불어 또 하나의 문제 거리는 체력이 자꾸만 떨어진다는 것. 자칭 ‘저질 체력’을 넘어서 ‘환자 체력’이라 부를 정도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병력이 있다 보니 체력이 약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마냥 이대로 놔둘 수는 없고.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하여 2018년 처음으로 PT라는 것을 시도해보았다. 근육이 있어야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뀜과 동시에 체력도 키울 수 있다는 게 남편의 지론이었다. 마침 동네에 저렴한 헬스클럽이 있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개인 PT를 받을 수 있었다.      


동네 헬스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에도 몇 번 가봤지만, 나랑은 맞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하곤 했다. 하늘과 나무를 보며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건물 안에서 러닝머신 위를 걷는 건 영 답답했다. 무겁고 생소한 운동기구들은 또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처음엔 이런 내가 과연 개인 트레이닝을 견딜 수 있을까 겁을 먹었다. 다행히도 강사님이 적당한 강도로 잘 이끌어 주어 생각보다 열심히 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바쁜 일상에 치여 일주일에 세 번 하던 운동이 두 번이 되고 결국 한 번이 되고...... 조금 붙을까 말까 했던 근육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용두사미. 2019년에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으니 에효. 나에게는 한결같은 꾸준함이 참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깨달은 게 있다면 혼자서는 근력운동을 못 하지만 시켜주면 한다는 점이었다.     


결국 전 국민의 새해 결심 3종 세트. 운동, 영어공부, 독서 중에 운동이 나에게도 당첨된 것이다. 내 올해는 누구처럼 ‘마녀체력’이 되리라, 까지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그만두지 않고 일 년 동안 PT를 받을 생각이다. 내년에는 혼자서도 너끈히 근력운동을 할 수 있게 운동법을 완전히 익히는 게 목표다. 이제는 예쁘고 늘씬한 몸매 따위 관심도 없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 정도의 근력과 체력을 바랄 뿐이다(그러다 곁다리로 뱃살도 빠지고 체중도 줄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그나저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헬스장이 문을 열지 않는다. 아아 역시 새해 계획은 춘삼월에 시작하는 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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