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은 3주가 한 사이클이므로 사실 이제 항암이 끝난 지 3일이 됐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항암주사를 맞으면 통상 혈액 검사를 2번씩 한다. 빈혈이 있는지, 백혈구 수치가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늘 그랬듯이 이번 4차 항암도 당연히 혈액 검사에서 합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난 너무 건방져. 큭큭.
나는야 건유자(건방 떠는 유방암 환자) 라오~ 이제까지 한 번도 피검사에서 빠꾸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검사는 합격.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군데. 사실 의사들도 대단하다고 했다. 한 번도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지 않은 환자는 없다고. 난 속으로 (무지하게 건방을 떨면서) 이렇게 말했지.
'아, 전 뭐, 관리를 잘하거든요. 호호호'
1주일 뒤 두 번째 검사에서 믿기지 않는 수치가 나왔다. 200. 원래 1000 이상 나와야 합격이다. 지난주에는 1600이었는데 200으로 곤두박질친 것이었다. 이게 뭔 날벼락이래?! 항암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피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기분이 무지막지하게 불쾌했다. 다 된 밥에 재 뿌린 심정.
지난 1주일 동안 마치 나는 항암이 이미 다 끝난 것처럼 마음을 놓았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촌까지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도 했고, 1주일 내내 고기를 챙겨 먹지 않았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매끼 잘 챙겨 먹어야 한다. 특히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 너무 방심을 한 것이었다. 신경 좀 쓰지 않았다고 바로 수치가 떨어지다니.
백혈구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 즉 수치가 1000 이하로 떨어지면 - 백혈구 수치를 올려주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 골수에서 억지로 백혈구를 생성해 내는 주사다. 만약 500 이하로 떨어지면 며칠 동안 무균실에 들어가야(실제로는 갇혀야) 한다. 그동안 한 번도 수치가 안 떨어졌던 과거를 감안했는지, 다행히 관대한 처분이 떨어졌다.
"그냥 주사만 맞고 가시오. 이틀 뒤 다시 검사하겠소."
주사 맞고 그 날 저녁은 삼계탕. 다음날은 소고기 뭇국. 또 전복탕. 열심히 단백질을 섭취해 주었다. 아, 정말 고기는 이제 지겨운데 살기 위해 먹었다.
그런데 이 수치 올리는 주사가 말이야. 성형미인이 이쁘긴 한데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듯이, 이 주사 역시 '자연스럽지 못한 고통'을 초래했다. 으, 그건 모두 내 건방의 결과였으니 누굴 원망하리. 주사 맞고 다음날 온 뼈마디가 다 쑤셨다. 허리, 고관절, 무릎, 왼손 엄지 손가락이 욱신욱신 몸살 난 것처럼 하루 종일 아팠다. 난 꼼짝도 못 하고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았다. 억지로 백혈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의 고통이었다. 그날 밤 결국 참지 못하고 자기 전에 타이레놀 한 알을 삼켰다. 잠은 자야 할 거 아닌가벼. 타이레놀 덕분에 잘 자고 일어나니 통증이 지나갔다.
다시 병원 가서 또 피검사.ㅠㅜ (맨날 푹푹 찔리는 내 팔뚝이여!) 하하하! 당당히 합격. 수치 3600 이오~ 그러고 나니 이제야 정말 항암이 다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드! 디! 어!
항암 끝이다~~~
수술, 방사선, 항암. 이 모든 과정이 다 끝났다.
이걸로 치료가 정말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나는 다시 난소 억제 주사를 처방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졸라덱스. 한 달에 한 번씩 2년. 땅땅. 놀바덱스라 불리는 항호르몬제도 같이 먹어야 한다. 5년. 땅땅. 이 '덱스 자매'와 또 함께 가야 하는 길. 이리하여 끝이나 다시 시작인 치료 인생을 맞이 하였다.
오늘이 그 덱스 자매를 만나는 첫날이다. 어쩌겠니? 기왕 만나는 거 기분 좋게 행복하게 만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