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커피 끊기에 이어 11월엔 '빵, 과자, 라면 안 먹기'를 진행한다. (유기농 통밀과 소금으로만 만든 식사 빵은 제외) 현재 12일 경과, 삼분의 일 지점에 이르렀다. 나는 의지보다 환경에 민감한 사람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일부러 사 먹진 않는다. 사러 나가기를 매우 귀찮아하는 성격이 빼기 생활엔 도움이 된다.
찬장에 라면이 두 개 있었지만 먹지 않았다. 사실 라면을 즐기지 않는다. 먹고 싶지 않으니 먹지 않는 게 당연한가. 빵과 과자도 일절 사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까 빵 과자에서 멀어지기도 수월했다. 커피와 밀가루 간식은 찰떡궁합이거든.
문제는 일요일 식탁에 놓인 (우리밀) 미니 핫도그. 남편이 두 개를 먹으려다 한 개를 남겨 놓았다. 자꾸 눈길이 갔다. 익숙한 그 맛이 떠올랐다. 침이 고였다. 나는 냉동실에 쟁여둔 핫도그를 간과했던 것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간식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나쯤은 괜찮겠지?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11월의 도전과 별도로 두통의 원인이 커피 때문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에티오피아 원두를 조금 샀다. 생체 실험 돌입. 이틀 동안 아침에 커피를 내려마셨다. 거의 사라졌던 두통이 돌아오는 게 아닌가! 확실히 커피로 인해 두통이 생기는 걸까. 그러나 삼일 째부터 일주일 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도 두통은 계속되었다.
이제 핫도그로 돌아가자. 나는 결국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전보다 기름지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으, 너무 맛있다! 커피랑 먹으면 딱 어울리겠다. 어차피 두통이 없어지지도 않는데 그냥 커피를 마실까. 나는 일주일 만에 원두를 갈았다. 그윽한 향이 집안에 가득 찼다. 핸드드립 커피는 맛도 맛이지만 향이 더욱 사람을 유혹한다.
남편이 커피 맛에 감탄했다. "역시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어!" "당연하지, 막 갈아서 내렸으니까. 특히 에티오피아 원두는 맛이 참 조화롭거든." 신 맛이 강한 에티오피아 원두를 편애하는 나 때문에 남편과 아들도 덩달아 취향이 같아졌다.
커피와 함께 핫도그를 세 개... 나 먹었다. 마침 낮 12시, 출출하기도 했고요. 사이즈가 미니인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세 개가 보통 핫도그 한 개 정도의 양이다. 11월의 도전에서 첫 일탈을 해버렸다. 뭐 꼭 백 퍼센트 완벽을 추구하진 않으니까. 지나치게 조이는 것보단 유연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합리화 혹은 자기 최면?
간식거리를 미리 치워야 했다. 냉동실에 들어 있을 땐 전혀 생각나지 않았는데 눈앞에 보이니 마구 입맛이 당기는 현상. 난 역시 단순한 인간이었다. 나의 의지를 믿지 말자! 환경을 조성하자! 이것이 11월 빼기 생활의 표어가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