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과자 라면 안 먹기 한 달이 되었다. 20일 이전까지는 무리가 없었다. 미니 핫도그를 먹은 것 외에 잘 지내왔다. 그런데 남편이 방해꾼이다. 어느 날 본인이 먹다 만 맛동산 한 봉지를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평소 좋아하던 과자도 아닌데 있으니 또 먹고 싶다. 한 개만 먹어볼까? 한 개가 뭐냐, 한 봉지를 탈탈 털었다.
며칠 뒤엔 남편이 또 편의점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들고 왔다. 결국 한 조각을 먹었다. 별로 맛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동으로 입이 열린다. 거의 무조건 반사랄까. 며칠 뒤 케이크는 완전히 사라졌다, 내 배 속으로. 이제 확실히 알겠다. 인내는 나의 덕목이 아니었다. 그저 먹을 걸 눈앞에서 치우는 것이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귀여운 수준이랄까. 월말로 치달을수록 그동안 못 먹은 것들이 마구 떠오르는 것이다. 찬장에서 잠자던 해물라면 하나를 끓여 먹었다. 이후 마구 무너졌다. 피자 두 번, 치킨 한 번으로 배를 두드리고 한살림 앞을 지나가다 들깨 강정과 단호박 쿠키를 사 왔다. 양이 적어 한 입에 다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빈 봉지만 남았다.
이게 끝일까? 아니다. 11월 내내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다. 드디어 일을 마치는 날, 나는 냉동 고기 빈대떡과 만두를 구워서 캔 맥주 두 개를 땄다. 그날은 정말 배가 불룩 튀어나오도록 먹었다. 지겹고 힘든 일을 끝낸 축하 파티였다. 역시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친 듯이 먹게 된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에라 모르겠다, 냉동실의 미니 붕어빵과 약밥도 야금야금 먹었다.
막판에 이런저런 간식과 치킨, 피자, 빈대떡, 만두 등을 흡입한 결과 체중이 1kg 늘었다. 살이 빠지길 기대하진 않았지만 설마 찔 줄이야! '무언가를 안 먹는' 도전치고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나 뭐 하러 이걸 했니???
12월엔 찐 살을 빼야 합니다! 요즘 <채소 과일식>이란 책을 읽었다. 채소 과일과 일반식을 7 대 3으로 먹으라는 이야기. 필이 팍팍 온다. 아침은 채소와 과일을 갈아먹고 점심엔 채식 위주의 일반식, 저녁은 찐 채소를 먹으려고 한다. 일단 오늘(11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열흘간 빡세게 실천해야지.
이후 3박 4일 오키나와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선 가리지 말고 먹어야쥬. 이 기간만 제외하고 12월 한 달 동안 '채소 과일식'에 도전! 어쩌다 보니 빼기 생활이 '음식'에 집중되어 버렸다. 하긴 식생활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렵고도 중요하니까요. 내년엔 음식 외 다른 분야에도 발을 내디뎌볼 생각이다. 음, 1월엔 무엇을 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