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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여자 Sep 09. 2024

잠김(LOCK)

더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마음이 힘들면, 마음을 닫는다.

몸이 힘들면, 몸이 아프다.

몸의 일부가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일부는 더 이상 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딱, 여기까지야!라고 말하며 더 이상 무언의 대화조차 시작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멈춰버린다. 마치 파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다리가 다치고, 눈물 나는 2주간의 고통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나는 반깁스를 하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이전과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걷고, 움직이고, 일하고, 주변을 챙기고...


그러던 어느 날, 다리를 구부려 내 몸 쪽으로 당기는데 어느 각도 이상 구부려지지 않고 딱 걸린다. 더 이상 다리를 내 몸 쪽으로 당길 수가 없었다. '뭐지?' 갑자기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다.

'일시적인 걸 거야. 괜찮은 거야. 난 계속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하면 되는 거야. 선생님도 별말씀을 안 하셨어.'

'아, 왜 이러지? 평생 다리를 못 구부리는 건 아니겠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걷지 못할 정도였는데... 너무 빨리 일상생활을 시작한 것일까? 큰 병원에 가봐야 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을 거야 VS불안감'이라는 두 개의 마음이 끊임없이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다리 잠김과 함께 평온한 일상도 잠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된 상처로 아파하고 있던 나의 무릎이 나에게 보내는 최후통첩과 같은 아우성이었다.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으면, 아니 발생되지 않게 예방주사를 놓았으면 좋았겠지만 잠김이 발생한 이상 이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기 본분과 역할이 이 세상 전체를 무리 없이 움직이고 돌아가게 하듯이 사람의 몸 또한 각자의 일을 하는 구조물들이 있고, 그 구조물들의 역할이 잘 연결돼 물리적으로 잘 움직이는 몸을 만드는 것인데... 그걸 잊고 살았다.


잠김이 풀리면, 나의 일상도 풀릴까?


아픔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을 때,

그리고 우두둑하는 파열음과 함께 잠시 걸을 수 없었을 때,

그 이후 여러 차례 삐끗하며, 고통의 시간을 드러냈을 때,

그 모든 징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결과, 다리는 잠겼다.

꼭 잠겨서 더 이상 내게로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잠금해제를 위한 방법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열쇠를 찾아 잠금을 풀고, 잠긴 일상을 열러 간다.

잠김이 해제되는 날, 내 삶의 잠김도 풀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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