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파트 맞은편 허름한 상가와 집들, 공사 중인 곳은 어느새 공사를 끝내고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그 주변으로 철거 중인 곳, 땅을 뒤집어 공사중인 곳, 내 마음을 산만하게 하는 모습들은 오늘 저녁도 다르지 않다.
매일 오고가면서 보는, 땅을 뒤집고 건물이 철거되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은 내 마음에 들어와 오랫동안 살던 고향을 떠난 허전함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허름한 옛 건물의 모습에 반대로 친근했던 그리운 사람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재개발구역의 해제로 원래 넓혀야 했던 도로는 반쪽 자리 좁은 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 도로 모퉁이에는 허름했던 단독주택이 철거되고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는 새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변화"는 좋다. 덕분에 좋아하는 브랜드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시고, 도시의 아침을 시작하며 편리해진 생활도 즐긴다.
개발과 변화라는 이름 아래 오랜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도시의 땅 위에 서 있던 건물은 세월의 흔적만큼 허름해져 너무 낡아 이제는 고스란히 자신을 내어준다. 고민과 아픔의 땀방울로 얼룩진 늙은 건물과 이별하고 도시의 땅은 어느새 숙명처럼 새로운 건물을 받아들인다.
늘 한결같았던 나이 든 땅과 새로운 건물의 만남, 사람들은 땅이 그렇게 늙었다는 것을 모른 채 멋진 건물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또 다시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 한결같은 땅은 새로운 건물을 맞이 하겠지? 그리고 땅은 그대로인 채 이 자리는 세월의 흐름만큼 변할 것이다.
변화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된다. 지금 서있는 이 땅의 변화도 누군가에겐 아픔이였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였을 것이다. 매일 북적되는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인 "도시"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아픔과 기회의 공간 그리고 추억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 기회 그리고 추억의 세월을 함께 하며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켰을 도시의 땅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은 혼자였고 때로는 함께였고 긴 시절 늘 그자리에서 모든 것을 아는 존재였을 것이다.
이 곳의 변화하는 모습, 그것을 누리면서 생각해본다. 그 변화의 뒷모습을 또 본질을 한번은 기억해 주고 싶다. 오랜시간 여기를 지켜왔던 땅이 되어서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