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작은 행복

인정받는 기분은 이렇게 짧았다.

by 소윤담

이론 평가가 끝나고,
드디어 실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두려움이 더 컸다.
교재 속 문장이 아니라, 이제는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마주해야 했으니까.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손끝이 차가워졌고,
숨을 한 번 고른 뒤에야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무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이론 교육 때보다 마음이 훨씬 덜 무너졌다.


“신입이세요?”라고 나한테 묻는 고객은 없었다.

정말 신기했다. 고객들은 내가 신입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컴플레인도 없었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신입이라 아직 조금 서툰 부분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한 박자 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아, 그렇군요. 괜찮아요.”
고생 많으시네요.”
“천천히 하셔도 돼요.”

그 말들이 그날 하루를 버티게 만드는 연료가 되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나를 하루 더 버티게 했고, 다시 출근할 용기를 만들어주었다.


사수라는 이름의 사람들

실무에 들어가기 전, 일주일 정도는 사수가 통화를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엔 냉랭했다.나에게
“생각 좀 하고 말하세요.”
라고 말하던 사수도 있었다.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메모했고, 다시 물었고,
다음 날에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자 조금씩, 정말 조금 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을 만났다.
목소리는 높아졌고,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그때, 그 사수가 조용히 나섰다.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전화를 이어받아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그 순간 알았다. 말은 적었지만, 행동으로 나를 인정해 주고 있다는 걸.표현은 없었지만
‘기특하다’는 마음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말수는 여전히 적었지만 눈빛이 바뀌었다.내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았고,
통화가 끝나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그건 분명

“잘했다”는 신호였고, “괜찮다”는 뜻이었다.


물론, 빌런도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좋을 수는 없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은 까맣게 잊은 듯 신입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사수도 있었다.
한 달도 안 된 우리에게면박을 주고,
자기 스트레스를 풀 듯 말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은 묵묵히 도와주었고, 조용히 지켜봐 주었고,작은 실수에는 이렇게 말했다.


“너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전화 건 고객이 이상한 사람이네.”

“너 최선을 다했어.”
“항상 이렇게만 하면 돼.”


그 말들이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나는 그때, 조금 살아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동기들과 웃었다.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눴고,
서로의 실수를 공유하며 위로했다.

그 한 달 동안은 비로소 내가
사람답게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빴고 힘들었고, 집에 오면 그대로 쓰러졌지만
그 안에는 웃음과 인정이 있었다.

나는 그때 ‘아, 이 일…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이대로만 가면 정말 탄탄대로일 것 같았다.


하지만, 행복은 늘 조용히 끝난다

동료들과 조금씩 친해질수록
강사들의 시선은 더 또렷해졌다.

평가는 늘 공중에 떠 있었고, 행복은 언제나 그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곳에서는 안심도, 안정도, 행복도
잠깐만 허락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잠깐의 행복이 곧 끝날 거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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