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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일

조약돌

by Soyun

며칠동안 비가 계속 내렸다. 마음도 계속 우울했다. 친해진 사람이 떠나갔고, 또 한 명이 떠나갈 것 같았다. 비가 오는 성모상 앞에서 우산을 쓰고 기도했다. 성모상 앞에 놓인 조약돌들은 비를 맞아 더 동글동글, 반짝반짝, 오히려 햇볕에서 보다 더 선명했다. 바로 옆 위 아래 돌들에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돌들을 보면서 조약돌들처럼 동글동글하게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고 기도했다.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다고. 제발 내 곁에서 사람들 좀 빼앗아 가지 마시라고 기도했다.





며칠동안 비가 왔고, 흐린 기운에 눈을 뜨는 게 익숙했는데, 오늘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놀라 잠을 깼다. 밝은 기운이 들어왔다. 한 눈에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 걸 알았다. 주말이 되어야 겨우 갠다고 했는데 하루 일찍 비가 멎은 게 기적 같았다. 날씨가 맑은 것만으로도 벌써 좋은 생일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별다를 것 없이 커피를 마시고, 수업을 하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가족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그렇게 소소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가장 소소하게 보낸 생일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행복했다. 적어도 조약돌 하나는 내 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조약돌 하나가 돌아와서 참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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