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와 초밥
조용히 글을 써보고 싶어서 조용한 장소에 왔다. 오는 길이 조금 힘들었지만, 잘 한 결정같다.
평온하다.
아침부터 수영을 했다. 생각보다 속도와 물잡기를 빠르게 회복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잊지는 않았었다.
맞은 편 신호등에서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다가 작년에 한 번 가보고 싶던 쌀국수 집에 들어갔다. 주문 하는 법이 낯설어서 그냥 나온 곳이다. 오늘은 차분히, 사람도 많지 않아서 시도해봤다.
자리에 안내를 제외하고는 주인장이 말이 없었다. 바 형태의 자리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조용한 식사를 위한 곳이니 옆의 사람과 대화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해달라는 주인장의 부탁이었다. 편안하고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어서 차린 가게라고. 나로서는 정말 잘 왔다 싶었다.
아무 말소리도 없고, 나는 조용히 따듯한 국물에, 따듯한 쌀국수를 먹고 있었지만,
식사가 아니라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말도 없이 누군가 차려주는 따듯한 밥 한끼가 주는 힘을 주인장은 이미 알았나보다. 땀을 송글송글 내면서 먹고 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내쪽으로 불어왔다.
아무 말도 없는 곳이었지만 에어컨 바람을 내쪽으로 돌려주었다. 잘 먹었다는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나왔지만, 나는 오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오늘은 배가 왜 이렇게 자주 고픈지 모르겠다. 노르딕 연어에서 생연어초밥을 또 먹었다. 그리고 민트초코머핀도 사서 소중히 들고 왔다. 민트초코머핀은 다이어트 식품같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다.
있잖아...하고 바로 본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을 잘 하고,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말을 잘 하지 못 한다. 그냥 늘 떨린다. 그래서 나의 '있잖아...'는 늘 이렇게 길다.
아끼고 아끼다가 이제야 직면한 사실이 생겼다.
억울할 일도 없는데 그냥 혼자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간의 시간이 아까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시간은 아까울지 몰라도 마음이 다시 움직이는 걸 알게 되서 아주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존재 자체로 내가 행복했다는 생각을 하니,
그래서 여기서의 삶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는 생각을 하니,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타이밍 탓으로 돌리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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