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나를 사랑하는 방법

by 곰작가

머리를 했다. 어깨에 살짝 닿는 머리는 방금 사냥 다녀온 인디언 머리처럼 늘 산발이었다. 지체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최대한 세련되고 시크하고 도도해 보이는 스타일을 핸드폰에 저장했다. 미용실로 달려가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머리’를 해달라고 했다. 4시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거울을 보았다. 방금 막 꺼낸 초코송이가 앉아 있었다.


퇴사하고 2달 만에 회사 동료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짧아진 내 머리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쩜 이렇게 귀. 엽. 게. 머리를 잘랐냐고 물었다. 겉으로는 수줍게 웃어넘겼고 속으로는 울음을 삼켰다. 어째서 나는 세련될 수 없는 것인가. 39살에 귀엽다는 말이 칭찬인 것인가! 돈과 시간을 들여 호기롭게 시도한 변신이 무척 실망스러웠지만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다시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술자리 내내 초코송이와 삼각김밥 그 사이 어디쯤 있는 내 머리를 보면서 회사 동료들은 어울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마다 거울을 들여다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세련됨과 시크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한 칭찬을 배 터지게 듣고 쉴 새 없이 안주를 집어삼켰지만 왠지 속이 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나와 마주쳤다. 축 처진 입꼬리와 뚱한 표정의 나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바뀐 머리를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관심 있게 봐주고 칭찬까지 해준 그들의 호의를 감사하게 받지 못한 건 아닌지, 객관적으로 귀엽지 않은 나에게 주관적 사랑을 담아 말을 건네었건만 미지근한 내 반응에 민망하진 않았는지 후회가 되었다.


도시 여자, 커리우먼, 마녀…이런 수식어들을 동경했었다. 39년 인생에 한 번도 달아보지 못한 타이틀이기에. 하지만 감사하게도 귀여운 녀석, 비타민 같은 아이,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종종 선물 받았었다.


나만의 색을 입고 있으면서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라며 소중히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갖지 못할 것을 쫓으며 상실감으로 나를 채우고 있었다. 나만의 것을 가꾸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말이다.


시크하거나 도도하지 않으면 어때! 불혹을 목전에 둔 귀여운 여자인데! 축져진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창문에 비친 나에게 미소를 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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