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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끄적임
해산
흰 벽지 위 내달리는 크레파스가 남긴 초록길
일순간 숨을 들이켠 엄마 얼굴에 쓰이는 말
‘벽은 흔적이 없어야 좋은 거야!’
눈이 마주치자 함박 웃는 너
‘땡’, 트라이앵글 치는 소리
‘에이, 그림 그리라고 있는 게 벽이지!’
너의 미소가 이겼다.
4~5세쯤 찬이 펼치는 예술 세계는 주로 벽이나 바닥에서 이루어졌다.
처음 벽지에 끄적였을 때 크레파스를 손에 들고 너무 환하게 웃어 낙서가 명화로 보이는 마법이 일어났다.
그 후 벽걸이 보드판을 걸기도 하고, 큰 종이를 깔아주기도 했지만 벽과 바닥이 낙서로 덮이는 걸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완전히 막기를 내려놓았다. 시간이 흐른 후 막으려 애쓰지 않아도 해결이 되었다.
이사 전 벽지를 고르느라 고심했던 노력은 부질없는 것이 되었다. 어차피 벽지는 새롭게 디자인될 운명이었던 게지...
지금은 매직 블록으로 낙서를 닦느라 난감했던 순간보다, 세상없이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더 진하게 남는다.
당분간 시 연재를 쉬고자 합니다.
기존에 올린 글들을 살펴보고 꼭 전해져야 할 언어를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시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무엇인지 더 깊이 잠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