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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봄을 만났을 때

by 해산

봄 눈

해산



봄이 굳은 땅 살며시 어루만지고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 동안

겨울이 흘린 마지막 눈물


오래 얼었던 마음,

녹아드는 가지 틈새마다

피어나는 재잘거림

모래에 심기운 눈물 자국마다

함성처럼 뻗어나가는 뿌리


너와 나

봄을 기다리던 마음에도

시리도록 빛나는 눈물 스며

한 잎 싹이 돋아났으면


마침내 다가온 봄에게 선물하는

보석 한 방울.






봄이 와서 싹이 돋는 것이 아니라, 봄의 온기를 받아들인 겨울의 눈물이 녹아 싹이 돋는 것은 아닐까?

겨울을 밀어내고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겨우내 단단해진 땅과 나무에 작은 따스함이 스며들어 봄이 오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겨울이었다 내일은 봄을 만난 겨울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은 봄이었다 내일은 겨울을 만난 봄이 될 수도 있는 게 인생이겠지. 겨울이 겨울로만, 봄이 봄으로만 남으면 무슨 재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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