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북라이프, 이아림 지음)
요가를 하다 보면 안 되는 것 투성이다. 늘 쫓아가기 바쁘고 오른쪽 다린지 왼쪽 다린지 대단히 헷갈리고, 무엇보다 아프다. 온몸이 다, 숨 쉬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 손을 뻗고 고개를 들고 간신히 균형을 잡는 사이, 적금 만기일이나 보험 납부액 따위를 떠올릴 여유는 없다. 최소한의 것만 받아들이고 사고한다. 겨우 매트 크기만큼의 세계다.
물론 안 되는 건 반복하면 된다. 언젠가는 된다. 그러나 그런 성취 여부를 떠나 맨몸으로 해나가는 요가엔 그 자체로 심플한 멋이 있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조울증과 선택 장애를 겪는 현대인들에게 대단히 드문 체험이 아닌가 생각한다. 삶의 수많은 가능성에 압도당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매트 위 요가를 강권하는 이유다.
몇 번이고 다시 마음을 먹고, 기회를 엿보아도 결국 읽어내지 못하는 책이 있다. 그 책이 싫어서가 아니다. 그 책을 폄하해서도 아니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지날 때마다 눈길을 주고, 침대 머리맡에 올려두고 매일 밤 곁눈질로 쳐다보아도 결국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있다.
반면 저절로 손이 가는 책이 있다. 이름도 모르는 작가여도 상관없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어도 상관없다. 첫 장을 넘기면서 이 책은 단숨에 읽어내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밀린 숙제처럼 마음속에 부채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이 있다. 그렇게 읽어지는 책이 있다.
적지 않은 책을 읽어내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게으르다 채근했었다. 왜 이리 못났냐며, 읽겠다고 마음먹은 책 한 권 제때 읽어내지 못하면서 무얼 할 수 있겠냐며 크게 부풀려 반성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결국 그 책은 내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하지만 마음먹지 않아도 술술 읽어지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적어도 나를 비난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저 내 호흡과 다른 책이 있을 뿐, 그저 나와 맞지 않는 시간이 있었을 뿐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만나보지는 않았으나 어느 순간, 어느 부분 작가와 나의 호흡이 맞닿아 있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술술 읽어지고,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머리로 읽어내리는 책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내리는 책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마음으로 읽어지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커다란 행복이자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뻔히 알지만 조심스레 욕심을 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