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P OF CHICKEN

겁쟁이의 충돌

by 우주사슴
이상한 이름에서 시작된 이야기


BUMP OF CHICKEN. 직역하면 ‘겁쟁이들의 충돌’이다. 흔히 기대되는 밴드명과는 거리가 있다. 화려한 단어도 없고, 거창한 상징도 없다. 오히려 다소 유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조합은, 처음에는 다수에게 의문을 자아낸다. 왜 굳이 겁쟁이인가? 왜 ‘충돌’이라는 단어를 붙였는가? (지금은 밴드가 등장한지 오래되서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러나 이 이름은 단순한 농담도, 반어적 유희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이 밴드의 존재 이유와 태도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후지와라 모토오를 중심으로 한 이 네 명의 청년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음악을 만들며 ‘강함’이 아니라 두려움과 흔들림 속에서도 마주 설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해왔다. 그들은 자신을 먼저 ‘겁쟁이’라 부르고, 바로 그 겁쟁이들이 서로 ‘충돌’하며 만든 파장을 음악으로 내보낸다. (모두 79년생으로 지금은 중년이 되었다.)


겁을 인정하는 용기


우리는 흔히 강함을 통해 감동받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BUMP OF CHICKEN이 만들어낸 울림은 그 반대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들은 자신의 약함, 어색함, 상처, 불안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정직하게 음악의 중심에 놓는다.


이 노래들은 20대에 나와 만나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고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곡들이다. 이 외에도 많은 명곡이 있지만, 특별히 생각나는 가사 일부부분을 소개한다.


<Stage of the ground, jupiter (2002)>

迷いながら 間違いながら 망설여 가면서 틀려 가면서

歩いていく その姿が正しいんだ 걸어가는 그 모습이 옳다.

君が立つ地面は ホラ 네가 서있는 이 지면이 보라구

360度 全て 道なんだ 360도 전부 길이잖아.


<ガラスのブルース, 유리의 블루스, Flame Vein (1999)>

生まれてきた事にイミがあるのサ 태어난것에 의미가 있는거라

1秒も無馱にしちゃいけないよ 1초도 헛것으로 하면 안된다고

嵐が来ようが 雨が降ろうが 폭풍이 오던지 비가 오던지

いつでも 全力で 언제나 전력으로

空を見上げて 笑い飛ばしてやる! 하늘을 바라보며 웃어 버리자구!

* 초기 히트곡이자, 항상 라이브에서 울려퍼지는 그들 자신과 같은 곡


<K, The living dead (2000)>

雪の降る山道を 黒猫が走る 눈이 내리는 산길을 검은 고양이가 달린다.

今は故き親友との約束を その口に銜えて 지금은 없는 친구와의 약속을 입에 물고서

「見ろよ、悪魔の使者だ!」 「저거봐라、악마의 사자(심부름꾼)다!」


石を投げる子供 돌을 던지는 아이들

何とでも呼ぶがいいさ 俺には 消えない名前があるから!

뭐라고 부르던 괜찮아 나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있으니까!


「ホーリーナイト」「聖なる夜」と 呼んでくれた

홀리 나이트 (Holy Night), 성스러운 밤이라고 불러주었다.

優しさも温もりも 全て詰め込んで 呼んでくれた

상냥함과 따뜻함도 모두 담아서 불러주었다.


忌み嫌われた俺にも 意味があるとするならば

꺼려지고 미움받는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라고 한다면

この日のタメに生まれて来たんだろう どこまでも走るよ

이 날을 위해서 태어났던 거겠지 어디까지 달리겠어.

* 길거리의 검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하나의 동화같은 서사를 보여주는 멋진 곡.

일부 클라이맥스의 가사지만 반드시 곡 전체를 듣기를 권함



<Sailing Day, Yggdrasil (2003)>

精一杯運命に抵抗 온힘을 다해 운명에 저항

正解•不正解の判斷自分だけに許された權利 정답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자신에게만 주어진 권리



<才悩人応援歌(재뇌인응원가), Orbital Peirod (2007)>
世界のための自分じゃない 세상을 위한 내가 아니야.

誰かのための自分じゃない 누군가를 위한 내가 아니야.

得意な事があった事 잘하는 게 있던 것

大切な夢があった事 소중한 꿈이 있던 것

僕らは皆解ってた 우리들은 다들 알고 있었다.

自分のために歌われた唄など無い 자신을 위해 불러주는 노래같은 건 없다는 걸

問題無いでしょう 문제 없잖아?

* 才悩人 은 재능才에 고민하는悩 사람人을 의미하는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로

才能 재능 이라는 단어는 같이 사이노오 로 읽히기에 이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임.

즉 재능이 있는 사람을 응원하는 노래처럼 얼핏 보이지만 재능에 고민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노래임


시대와 함께 자란 감정의 언어


이들의 데뷔는 1999년. 일본 사회가 '잃어버린 10년'의 후반부를 지나며 경제적·심리적 무력감이 만연하던 시기였다. 당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해답이나 극복의 서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인, 극복 이전에 정서의 자리를 인정해주는 음악이었다.


BUMP OF CHICKEN은 그런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곡은 구조적으로 완결되어 있지만, 그 안의 정서와 메시지는 언제나 불완전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의 유효성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감정을 끌어안는 이들의 태도는, 특히 불확실성에 길들여진 세대에게 깊은 정서적 설득력을 가졌다.


왜 그들의 음악은 울림이 되는가


어떤 음악은 감탄을 유도하고, 어떤 음악은 동일시를 부른다. BUMP OF CHICKEN은 후자에 가깝다.

그들의 음악은 위로나 구호가 아니다. 청자와 같은 높이에서 이야기하는 언어, 그것이 이들의 힘이다.


‘겁쟁이들의 충돌’이라는 이름은 그 약속이기도 하다. 이들은 영웅이 아니다. 자신들의 불안과 회의, 미련과 희망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을 음악으로 만들어낸다. 청자는 그 충돌의 흔들림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를 얻는다.


BUMP OF CHICKEN은 자신을 겁쟁이라 불렀고, 그 이름을 끝내 숨기지 않았다. 청자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두려움 또한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이 밴드는 용기를 노래하지 않는다.

다만 용기를 필요로 하는 순간의 복잡한 감정을, 가장 진실된 언어로 꺼내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믿고, 계속 듣는다.

그들의 음악은 정리된 감정보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의 문장들이다.

그 잔류하는 진동이 지금도 누군가의 내면에 울리고 있다.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밴드가 되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한 장르에 종속되지 않고 BUMP OF CHICKEN 이라는 이름으로 유효하다.


좌로부터, dr. 마스 히데오 (升 秀夫) vo.gt. 후지와라 모토오 (藤原 基央) bs. 나오이 요시후미 (直井 由文) gt.마스카와 히로아키 (増川 弘明)



아무래도 이곡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어 추가한다.


<Supernova, Orbital Peirod (2007)>


熱が出たりすると 気付くんだ 열이 나거나 하면 알아차린다.

僕には体があるって事 나에게 몸이 있다는 것을

鼻が詰まったりすると 解るんだ 코가 막히거나 하면 알게 된다.

今まで呼吸をしていた事 지금까지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을


君の存在だって 何度も確かめはするけど 너의 존재도 몇번이고 확인해 보지만,

本当の大事さは 居なくなってから知るんだ 정말로 중요한건 없어지고 나서 알게 된다.


이 곡을 듣고,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주위를 둘러싼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단순한 고맙다는 말이 아닌 희귀한 존재 자체에 대해 의식하고 감사하는 표현이다.


(아리가또우 고자이마쓰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도 다루었습니다.

https://brunch.co.kr/@space-deer/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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