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り難う御座います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의 깊은 어원
— 왜 고마움을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라 했을까
— 한자 표기 ‘有り難う御座います’에 담긴 정중함, 존재론, 그리고 언어 철학
일상의 인사, 그러나 이상하게 낯선 표기
누군가에게 감사할 때 일본어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단연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이다.
그런데 가끔, 특히 편지나 전통적인 문맥에서 ‘有り難う御座います’라는 한자 표기를 마주하게 된다. 이 표현은 왜 이렇게 어렵고 고풍스러운 한자를 동원해 감사를 전할까. 그리고 도대체 ‘있기 어렵다’는 말이 왜 ‘고맙다’는 의미로 변했을까.
‘있기 어려운 것’에서 ‘감사’로 — 어원의 철학
“ありがとう(有り難う)”는 일본 고유어 형용사 有り難し(ありがたし)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有り”는 존재하다, “難し”는 어렵다는 뜻으로, 직역하면 ‘있기 어려운 것’, 다시 말해 드문 일, 쉽게 일어나지 않는 귀한 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고대 일본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 부처의 가르침을 만나는 것, 누군가의 선의를 받는 것 등 모두 ‘있기 어려운 일’, 곧 유일무이하거나 특별한 사건으로 여겨졌다. 이 인식은 단순한 정서가 아닌 존재론적 감각이다. 즉, “그 일이 지금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는 깊은 태도다.
이러한 인식이 시간이 흐르며 감정적 언어로 전이된다.
존재적 희소성: 그런 일은 흔치 않다
→ 가치 평가: 당신이 내게 그런 일을 해주었다
→ 감정 표현: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란 감정보다 해석의 산물이다. 내가 받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그 태도에서부터 진정한 감사는 시작된다.
‘御座います’는 왜 붙는가 — 정중함의 중첩 구조
‘ございます(御座います)’는 고어 ‘ござる’의 정중 표현으로, 존재를 높여 말하는 형식이다.
즉, “有り難うございます”는 직역하면 “귀한 일이 있습니다”, 혹은 “당신의 귀한 행동이 제게 존재합니다”라는 뜻이 된다.
이는 감사 표현을 단순 감정이 아니라 정중하게 존재를 선언하는 문장으로 바꾸어 놓는다.
일본어 특유의 공손성과 정중함의 다층 구조는 이처럼 감정조차 형식으로 다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왜 오늘날엔 히라가나로 쓰는가 — 효율과 탈문자화의 시대
오늘날 일본에서는 대부분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처럼 히라가나 표기를 사용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해 손으로 쓰는 능력보다 읽고 입력하는 능력이 강조됨
상용한자를 중심으로 문자 사용의 효율화가 진행됨
‘有り難う御座います’는 너무 문어적이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음
즉, ‘읽을 수는 있지만 쓰지는 않는’ 한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有り難う御座います’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자로 쓰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일부 사람들은 굳이 이 복잡한 표기를 고수할까?
그 이유는 단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어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다.
격식과 품위의 표현: 비즈니스 편지나 전통 행사에서 문어적 표현은 여전히 위엄과 정중함을 전한다
문학적 뉘앙스의 구성: 한자는 시각적 무게감과 리듬을 제공하며, 문장의 분위기를 다르게 만든다
개인적 정체성의 선언: 히라가나가 보편적 언어라면, 한자는 ‘나만의 어조’를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오래된 것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행위다.
언어는 존재를 다루는 방식이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는 그 어원을 따지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있기 어려운 일이 지금 내 앞에 있음’에 대한 인식과 감동을 담고 있다.
이 말은 단지 고마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의 ‘존재’ 자체를 정중하게 선언하고, 그것의 희귀함을 의식하는 철학적 표현이다.
따라서 ‘有り難う御座います’는 효율과 속도의 언어에 물들어 있는 오늘날,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감정과 태도를 정제하려는 언어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히라가나가 일상의 물결이라면, 이 한자 표기는 언어의 수심을 더듬는 깊은 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