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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ban Wayfarer 레이밴 웨이페러

시대를 초월한 선글라스, 길을 걷는 자

by 우주사슴


1950년대 초, 맨해튼의 한 안경점. 진열장에는 금속 프레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와이어 림, 얇은 티타늄 테두리. 기능적이지만 다소 밋밋했고, 개성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습니다.

그때, 레이밴의 수석 디자이너 레이몬드 스테그먼은 과감한 선택을 합니다. 플라스틱 아세테이트를 프레임 소재로 쓴 것입니다. 당시로서는 혁신이었습니다. 플라스틱은 무겁고 가공이 까다로웠지만, 다양한 색상과 두꺼운 형태를 구현할 수 있었고, 얼굴 라인을 강조하며 착용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길을 걷는 자들을 위한 이름


‘웨이퍼러(Wayfarer)’. 길을 가는 사람, 길을 찾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단순한 시력 보호용 안경이 아니라, 모험과 독립적 태도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태어났습니다. 이름부터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각진 사각형 디자인과 두꺼운 아세테이트 프레임, 금속 핀 디테일이 어우러져 강렬한 존재감을 만들어냈습니다. 1952년 출시된 이후, 기본 구조를 거의 바꾸지 않은 채 클래식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G15, 렌즈에도 역사가 있습니다


초기 웨이퍼러는 유리 렌즈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G15 렌즈에서 나왔습니다. 진한 그린 컬러, 빛 투과율 15%를 의미하며, 색상 왜곡을 최소화합니다.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고, 눈의 피로를 줄이며 웨이퍼러 특유의 미감을 완성했습니다.



이후 폴라라이즈드 렌즈와 다양한 컬러 옵션이 추가되면서, 기능과 스타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완결된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쟁자들과는 다른 길


같은 시대에도 플라스틱 프레임을 시도한 브랜드가 있었지만, 웨이퍼러만의 독창성은 따라잡기 어려웠습니다. 각진 사각형과 두꺼운 프레임이 주는 존재감, 그리고 ‘길을 걷는 자’라는 철학이 차별화 요소였습니다. 유행이 바뀌어도 본질을 지킨 덕분에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만능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웨이퍼러는 범용성이 뛰어납니다. 정장에도 자연스럽고, 데님과 함께하면 캐주얼하게 어울립니다. 프레피 룩부터 스트리트 스타일까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맞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아시안 핏 모델이 출시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얼굴에는 완전히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콧대가 낮아 흘러내리기 쉽고, 아세테이트 특성상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이유는,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과 아이콘적 가치 때문입니다.


할리우드가 만든 아이콘


웨이퍼러는 1983년 톰 크루즈가 《위험한 비즈니스》에서 착용하고 등장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마릴린 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수많은 유명인들도 웨이퍼러를 스타일로 사용했습니다.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착용자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마법 같은 아이템’이 된 것입니다.


시간을 관통하는 힘


웨이퍼러가 특별한 이유는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시대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50년대 플라스틱 혁신, G15 렌즈 기술, 할리우드 스타들의 선택,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마다 의미가 달라도, ‘길을 걷는 자’라는 정체성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전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 웨이퍼러를 쓰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시대와 개인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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