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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페리 피케셔츠

코트를 넘어 거리로, 서브컬쳐의 상징

by 우주사슴

1950년대 초, 영국의 테니스 코트에서 승리의 순간마다 관중의 환호 속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프레드 페리입니다. 그는 단순히 경기에서 승리하는 선수에 그치지 않고, 테니스 셔츠의 불편함과 한계를 고민했습니다. 기존 셔츠는 움직임을 제한했고, 스타일과 실용성 사이에 균형이 없었습니다. 페리는 자신만의 피케 셔츠를 직접 디자인하며, 기능과 개성을 동시에 담았습니다.

프레드 페리


피케(Piqué) 원단은 테니스와 같은 격렬한 스포츠에 적합한 조직으로 짜여 있습니다. 촘촘하지만 약간의 텍스처가 있어 통기성이 뛰어나고, 땀을 흡수하면서도 빠르게 건조됩니다. 표면의 미세한 요철 구조는 셔츠의 형태를 유지하게 하여, 움직임이 많아도 흐트러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무게감이 가벼워 코트 위에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피케 셔츠는 스포츠웨어로서 실용적이면서, 동시에 도심에서도 자연스러운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프레드 페리 셔츠는 면 피케 원단으로 제작되어 통기성과 흡습성을 확보했습니다. 반팔과 칼라 구조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고, 승리와 전통을 상징하는 월계관 로고가 단번에 눈길을 끕니다. 1952년 탄생한 이 셔츠는 테니스 코트를 넘어 점차 도시와 거리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라코스테와 폴로 랄프 로렌 역시 피케 셔츠를 선보였습니다. 라코스테의 셔츠는 테니스 경기용으로 우아함을 강조했고, 폴로는 스포츠웨어를 일상적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했습니다. 하지만 프레드 페리 셔츠는 다릅니다. 영국 청년문화와 반항적 개성을 담아, 스포츠와 거리 문화를 연결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 영국 모즈(Mod) 청년들은 프레드 페리 셔츠를 유니폼처럼 착용했습니다. 날렵한 실루엣과 칼라, 소매의 트윈 티핑 디테일은 단순한 스포츠웨어를 도시적 스타일로 변모시켰습니다. 스킨헤드, 펑크, 브릿팝 등 하위문화가 셔츠를 채택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피케 셔츠는 패션과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프레드 페리 피케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코트 위의 실용성과 거리에서의 반항적 세련미를 동시에 담은 독보적 아이템으로, 시대와 유행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지닌 아이템입니다. 단순한 셔츠가 아닌, 스포츠와 문화, 스타일과 태도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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