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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IVY:옥스포드 셔츠 Oxford Shirts

우연에서 시작된 이름이지만, 축적된 필연에 의해 클래식이 된 셔츠

by 우주사슴
마일스 데이비스



셔츠는 남성복의 기본이지만, 수십 년을 지나도 클래식으로 남는 경우는 드뭅니다. 옥스퍼드 셔츠는 스포츠에서 출발해 학문적 문화 코드와 라이프스타일 서사를 획득하며, 오늘날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표준으로 기능하는 드문 아이템입니다. 왜 이 셔츠가 지금도 선택받는지, 이름의 기원부터 활용성까지 살펴봅니다.


“옥스퍼드”라는 명칭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나 지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19세기 영국 방직업계가 마케팅 목적으로 명문대 이름을 직물군에 붙였고, 그중 옥스퍼드 직물만 시장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즉, 이름은 지리적·학문적 기원이 아닌 상업적 네이밍의 결과입니다.


옥스퍼드 직물은 두 가닥 이상의 실을 교차 짜는 바스켓 위브가 특징입니다. 촘촘하지만 공기층을 확보해 통기성과 내구성이 우수하고, 세탁과 관리가 비교적 쉽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빳빳하지만, 세탁을 거치며 표면이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운 구김이 미묘한 질감을 만듭니다. 버튼다운 칼라, 프런트 포켓, 박스 플리트와 행어 루프* 등 전통적 디테일은 지금까지도 유지됩니다.


*박스 플리트: 등판 중앙에 잡힌 주름으로 활동성을 높여주는 역할
행어 루프: 등판 중안에 작은 고리형태로 옷걸이나 후크에 셔츠를 쉽게 걸 수 있음


존 F 케네디와 재클린 부비에


옥스퍼드 셔츠의 실질적 출발점은 폴로 경기였습니다. 19세기 영국 폴로 선수들은 경기 중 바람과 움직임으로 칼라가 얼굴을 치거나 시야를 방해하는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칼라 끝을 단추로 눌러 고정하는 버튼다운 디테일이 등장했습니다. 튼튼한 면 직물과 간편한 관리가 요구되는 스포츠웨어 환경에서, 내구성과 통기성을 겸비한 옥스퍼드 직물은 이상적인 선택이었습니다.


POLO


1896년 브룩스 브라더스는 폴로 현장에서 관찰한 버튼다운 칼라를 셔츠 디자인으로 상업화했습니다. 기능적 장치를 드레스 셔츠 문법으로 정착시킨 사건이었고, 이는 미국 대학가로 확산됩니다. 아이비리그 학생들은 단정하면서도 여유 있는 균형을 선호했고, 버튼다운 옥스퍼드 셔츠는 그들의 일상 유니폼이 되었습니다. 스포츠의 실용성과 학문 공동체의 문화 코드가 결합된 상징으로 자리 잡은 순간입니다.


IVY STYLE


20세기 후반, 랄프 로렌은 옥스퍼드 셔츠를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재맥락화했습니다. 폴로 로고와 함께 제시된 세계관은 캠퍼스, 오피스, 위켄드를 하나의 미학으로 묶었습니다. 덕분에 옥스퍼드 셔츠는 특정 집단의 교복을 넘어 대중적으로 민주화된 클래식으로 확장됩니다.



다양한 활용성 또한 이 셔츠의 강점입니다. 프레피 룩에서는 네이비 블레이저, 치노 팬츠, 페니 로퍼와 자연스럽게 매치됩니다. 수트 안에서는 레귤러 타이 혹은 니트 타이와 함께 격식을 유지하면서도 버튼다운 칼라 특유의 여유를 살릴 수 있습니다. 데님과 매치하면 캐주얼하지만 단정한 균형을 만들고, 스웨트셔츠나 후디와 레이어드하면 스트리트 룩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계절별로 단독 착용, 이너 레이어, 얇은 아우터 대용 등 활용도가 다양합니다.





옥스퍼드 셔츠가 지금도 선택받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스포츠 기원에서 비롯된 기능적 합리성입니다. 둘째, 브룩스 브라더스와 랄프 로렌을 거치며 축적된 문화적 서사와 상징성입니다. 셋째, 프레피부터 스트리트까지 아우르는 범용성입니다. 구매 판단 시에는 원단 밀도와 직조 균일성, 봉제 마감, 칼라 롤 형태, 워싱에 따른 촉감 변화를 우선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이 셔츠는 이름의 우연에서 출발했지만, 기능과 문화, 스타일이 쌓이며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스포츠 현장의 실용, 아이비 문화의 규범, 라이프스타일 확장, 그리고 오늘날의 범용성이 단단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연에서 시작된 이름이지만, 이 셔츠가 옷장의 기준점으로 남은 이유는 축적된 필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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