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줌아웃, 소음 놓아버리기
‘명상은 마음근력 훈련이다.’
김주환 교수 ⟪내면소통⟫을 읽고 분열된 자아의 이름들을 찾아주었다. 음악을 들을 때 ‘음악 참 좋다’라고 느끼는 경험자아, ‘아, 그때 그 음악 들었지’ 하는 기억자아, 경험자아와 기억자아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배경자아. 마음근력 훈련의 핵심이 ‘배경자아의 알아차림’이다. 배경자아를 나의 본질적인 모습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명상 수행이다. 내면소통 명상의 핵심은 얼마나 놓아버릴 수 있는가, 이다.
나는 슬픔을 담은 그릇, 아픔이 옥죄면 탈수된 슬픔이 가득 찬다. 그제야 내 영혼이 고향으로 돌아가 수 있는 물길을 만난다. 전혜린, 윤심덕, 실비아 플러스의 글이나 생애를 보며 전생의 나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시 같은 운명을 선택할까.
죽을 방법을 찾아다니다 마이클 뉴턴의 ⟪영혼들의 여행⟫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 내가 겪은 경험 그대로 다시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아, 이걸 다시 살라고? 진저리 쳤다. 불교 관련 영상이었나, ‘깨달으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그래, 깨달아야겠어!’ 다짐했다.
깨달음이란 뭘까.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재혼은 언제 하냐.”고 물었다.
“엄마, 나는 깨닫다 죽을 거야.” 엄마가 말했다. “너는 깨닫기엔 너무 늙었어.”
여동생도 그랬다. 아기자기한 주방 살림과 꾸며놓은 집을 떠올리며,
“내 생각에도 언니는 깨닫기엔 좀 그래.”
깨닫기 위해 여기저기,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어느 수행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비이성적인 모습들을 보며 어떻게 수행하는 사람이 저럴 수 있지? 혼란스러웠다. 처음엔 어떻게 저럴 수가, 어이 상실 모멘트가 많았다. 그곳의 스승님은 여기가 황금어장이다, 라고 하셨으니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려니, 하고는 살았다.
나중에 내가 생각하는 수행자는 바르고, 정직하고, 온화하고, 정결하게 식사하고, 남의 것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지 않고, 물건을 잘 정돈하고,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파벌 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등등 고상하고 고고한 어떤 이미지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수행자가 왜 저래? 하며 손가락질했다. 깨달은 사람의 모습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타파(打破).
각자의 작동방식.
엄마의 깨달음은 젊은 나이에 비구니가 되는 거다. 여동생의 깨달음은 소박한 무소유다. 내 깨달음의 기준은 성인(聖人)이다. 수행처에서 만난 도반들은 수행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일 뿐인데, 내가 생각한 수행자라는 규격에 맞지 않는다고 내 속만 끓었다. 이후 나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 넌 수행한 뒤로 성질이 더러워진 것 같아. 수행하더니 이상해진 것 같아 등 그들에게도 수행자의 이미지가 있겠지.
나답게 잘 살던 걸 파헤쳐서 또 다른 나다운 내가 매일 생성되고 있다. 나다우려고 하다 보니 ‘나’와 멀어지는 듯 느껴지는 날도 많지만 예전 내 모습이 떠오를 땐 경험자아, 기억자아라고 분리한다.
영화에서 줌인 촬영 기법이 피사체를 확대해 고립감을 주는 것처럼, 경험자아는 나라는 인식에 갇혀 소외된 느낌을 받는다. 줌아웃은 그 경험의 맥락을 연결하고, 해석한 방향으로 이야기 흐름이 전개된다.
‘생각, 감정, 경험, 기억, 행위 등은 모두 경험자아와 기억자아가 일으키는 일종의 소음이다.’ 영상 촬영하듯 나를 포커스로 줌인, 줌아웃하면 이것들이 펼쳐지는 그곳, 놓아버리고, 조용히 알아차리는 고요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