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들려주는 마음

나의 목소리

by Hildegart von Bingen

영혼은 목소리로 세상에 닿아 심성을 비춘다.

뒤늦게 2016년 ‘팬텀싱어’를 봤다. 뮤지컬과 오페라를 좋아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이제야 본 이유는, TV를 없앤 지 오래였고, 이때 수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세상사에 관심이 없어서다.

지난 주말, TVING에서 ‘팬텀싱어’를 보며 몇 번 눈물을 글썽였다. 참가자가 무대를 거듭할수록 성장할 때(곽동현), 슬픔이 꽃피운 따뜻한 목소리(이벼리), 겸손함이 품은 따뜻한 태도(고훈정)가 느껴질 때였다. 나도 슬픔을 잘 견디고 성장하는 나를 힘껏 응원해주고 싶다. 그런데 내 목소리는 나를 모질게 대한다.

깨진 목소리 효과.

김주환의 ⟪내면소통⟫에 ‘인간의 뇌는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이 다른 구성원에게도 즉각적으로 전달되도록 진화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함께 지내는 누군가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다 같이 편도체가 활성화된다.’고 나와 있다.

퇴사한 회사에서 상사 말투 때문에 힘들었다. 연동해서 진행하는 업무고, 지시자였기 때문에 가장 많이 듣는 말투여서 영향이 컸다. 기본값이 공격적이고 거칠게 느껴지는 말투는 내 편도체를 심장발작처럼 뛰게 만들었다. 대화하며 풀고, 성격으로 이해하고 적응했지만, 내가 궁금한 건 공격적 말투를 왜 견디기 힘들었는가다.


내면의 성분대로 울리는 목소리.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목소리를 흡수하고 담는다. 여기엔 감정이 묻혀있다. 뇌과학자 앤서니 다마시오는 ‘감정은 신체적 진동, 즉 목소리의 질감과 억양을 통해 타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영혼이 들려주는 내 마음이다. 쇠를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고, 나무를 두드리면 나무 소리가 난다.


‘100일 감사명상 하기’에서 내 목소리를 녹음한 적 있다. 나는 내 말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 목소리뿐만 아니라 가엾은 목소리, 슬픈 목소리, 단호한 목소리, 건방진 목소리 등 수많은 목소리가 감사명상을 할 때마다 나타났다. 말하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내 목소리를 뱉어 다른 그릇에 담아 다시 들을 때만 볼 수 있다.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기질과 기억, 성장의 흔적이 녹아 있다. 나의 과거가, 그 목소리에 매달려 온다.


좋아하는 목소리 흉내내기 vs 내 목소리 좋아하기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낭독하고 녹음해서 다시 듣는다. 그때도 꾸미려는 말투, 덤덤한 말투, 내 톤과 맞지 않는 말투 등 여러 목소리가 있다. 그중에서 좋아하는 목소리 톤으로 책을 읽을 때가 있는데 듣다 보면 힘이 들어가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자연스러운 오디오북처럼 내용에 귀 기울이게 된 순간이 있다. ‘그냥’ 목소리로 인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목소리에 담겨 나오는 말도 중요하다.

공격적 말투가 감당하기 힘들었던 이유를 알 듯하다. 함부로 대하는 마음, 모질게 대하는 목소리에 상처받은 마음의 몸살이다. 누군가 나를 대하는 방식을 보고,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곤 한다. 소리뿐만 아니라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이렇게 아픈가도 생각한다.

목소리가 영혼이라면 말의 내용은 육체와도 같다. 나를 표현하는 내용에 따라 목소리는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는다. 메디컬바이오피드백 전문가인 마크 텀블리는 ‘깊은 호흡과 자기감정의 귀 기울임은, 목소리의 질감을 변화시키고, 인간은 이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픔은 안아주고, 슬픔은 감싸주며, 따뜻하면서 고유한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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