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감정 음미하는 법

고통과 쾌락

by Hildegart von Bingen

고통과 쾌락은 같은 작용의 다른 해석이다. 게슈탈트 치료 창시자 프리츠 펄스는 ‘두려움과 흥분은 호흡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동일하다’고 했다. 같은 작용이라면 고통이 두려워 피하고 싶은 것처럼 쾌락도 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고통은 거부하면서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한 걸까?


이것은 감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통과 쾌락을 느낄 때 반응하는 뇌 영역은 편도체, 뇌섬엽, 전전두피질 등이며, 이 영역은 ‘감정’과 관계가 있다. 감정은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생존 전략의 일부이며, 이는 우리가 느낀 고통이나 쾌락이 단순한 반응을 넘어 학습된 기억 형태로 각인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는 생존 본능을 자극하는 원시 신호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신경계 각성이 일어나고, 에너지가 집중된다. 고통과 쾌락의 기전이 비슷하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억에 고통 혹은 쾌락으로 저장된다. 만약 고통을 느꼈을 때 매운 걸 먹어서 ‘어떤’ 보상을 얻은 기억이 있다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매운맛을 찾는다. 혹은 잘 도망가서 살아남았을 때 얻은 보상을 쾌락이라는 느낌으로 저장한다.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면 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는데, 이런 경험 축적이 쾌락을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만든다.


나는 강한 압박감을 느끼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억압한 감정이 눈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무엇 때문에 눈물이 나올까 생각해 보니 내 힘의 한계가 느껴지고,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에서 분해서 우는 거다. 분노라는 감정은 고통이지만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이 흘러나와 긴장이 풀리고 쾌락과 같은 안도가 느껴진다. 긴장과 해소를 하나의 감정 구조로 저장하고 분할 때마다 이 느낌을 끌어다 쓰는 격이다.


언제까지 고통과 쾌락을 오갈 것이며, 분노와 눈물의 양면성 안에 갇혀 있을 것인가.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분노와 같은 감정은 화학적 반응이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90초가 지나 화학물질이 혈류에서 사라지면 ‘감정’이라는 생리 반응도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이후에도 분노가 계속되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고통도 쾌락도 모두 나의 에너지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 불안이나 분노 등의 경험을 왜곡하거나 부풀려 저장할 것인가, 아니면 마음이 일으키는 ‘건강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신선한 열매의 향을 음미하듯 깊게 들이마신 뒤 방생하는 마음으로 깊게 내쉬며 흘려보낼 것인가.

내가 고군분투하며 감정을 바라보고, 고통을 이해하려는 이유는 잘 살고 싶어서다. ‘나는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 말을 먼저 해본 뒤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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