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서 있어야 할 나무가 가로로 누웠다.
푸른 잎이 붙어 있어야 할 가지는 앙상하다.
솟아났던 새잎들은 영문도 모르고 시들어 버렸다.
올봄의 이상기온에 나무는 수명을 다하였다.
나무의 몸통은 견디다 못해 갈라지고 벗겨지고 거멓게 멍이 들었다.
처음에는 시들은 가지들을 잘라내다 의미 없음을 깨닫고 나무를 뉘었다.
이유는 동상해였다.
영하 이십 도를 오르내리는 한 겨울의 추위에도 사과나무는 견뎌내지만 겨울 끝무렵에 활동을 시작한 뿌리가
나무에 물을 올리기 시작하는 봄철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게 되면 세력이 약한 나무는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한 겨울에는 감기가 안 걸리다가 환절기에 감기가 걸리는 것처럼 겨우내 긴장을 따듯한 봄 햇볕에 풀어내던 나무는 뜬금없는 추위에 떨다 변을 당했다. 작년 이맘때 나뭇잎을 펼치고 아가 사과를 주렁주렁 매달고 나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지금은 초록의 땅에 갈색으로 누웠다.
나무는 긴 세월 자연의 순환을 어김없이 반복하며 사람에게 사과를 선물해 주었다.
자연을 너무 잘 알고 있던 나무였지만 그 자연의 불규칙에 당황하며 주저 않았다.
나무를 누인다.
품종은 희상이고
사과맛은 새콤달콤했고
색깔은 분홍기가 비치는 빨간색이고
9월 중순이면 사과를 내놓았고
사과밭 오른쪽 13열의 세 번째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