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by space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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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을까.

도와 달라고 부른 적도 없는데 벌은 이렇게 어김없이 찾아와 준다.

사과꽃이 피기 시작하면 몇 마리씩 눈에 띄다가 사과밭은 이내 벌이 날아다니는 웅~하는 소리에 뒤덮인다.

요즈음은 벌이 줄어든다고 해서 사과농사를 짓는 이들은 꽃가루를 사서 인공수분을 하기도 하는데 그 품은 보통 일이 아니다.

기다란 솜방망이나 꽃가루 총으로 먼저 핀 중심화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분을 하는 형태지만

꽃이 한두 개도 아닐뿐더러 개화시기를 맞추기도 어렵고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꽃가루의 반은 허공에 날리게 된다.

인공수분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벌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물론 인공수분은 품은 많이 들어도 크고 바르게 생긴 사과를 만들어 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예전에 시도를 해보기도 했지만 가급적이면 사과나무에 인위적인 개입은 줄이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돕는 쪽이 마음에 맞다 싶어 매년 벌을 기다린다.

올해도 다행히 많은 벌들이 찾아왔다.


농부와 벌은 한데 뒤섞여 한쪽은 꽃을 솎아내느라 또 다른 쪽은 이 꽃 저 꽃을 다니며 꽃가루를 빨아들이느라 정신이 없다.

꽃 하나에 벌이 지체하는 시간은 몇 초정도지만 벌들이 다녀간 꽃은 수분이 되고 하루 정도 지나면 꽃술이 갈색으로 변한다.

꽃적과를 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벌의 그 왕성한 활동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사과꽃은 한 화총에 꽃이 5개 피고 나무 전체에는 꽃이 이삼천 개 정도 핀다고 보면 사과밭 전체로 보면 사오백만 개의 꽃이 핀다.

그 많은 꽃을 다름 아닌 벌이 수분을 시켜준다.

이러한 자연의 프로그램은 놀랍다.

갖은 식물은 꽃을 통해 꽃가루를 내어 주며 자신에게 필요한 열매를 맺고 벌은 꽃가루를 취해 꿀을 만든다.

멋진 조합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을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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