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by space bar

광화문 인근에 사직공원 옆으로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인왕산이 있다.

청와대를 바라볼 때 왼쪽으로 보이는 바위산이 그 산이다.

산행을 떠올리면 휴일 하루를 통째로 비워서 가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인왕산은 그렇지 않았다.

정상이라 해봐야 해발 350미터 정도이기에 이른 퇴근을 하는 날에는 어둑어둑해진 인왕산을 오르곤 했다.

인왕산은 야간산행이라도 도심 한가운데 자리 하기에 도심의 먼 불빛의 도움으로 발걸음을 옮길 정도는 되고

밤이란 것이 실제 걸어 보면 원래 절대 어둠도 아니다.


정상을 갔다가 반쯤 다시 내려오다 보면 쉬어 오는 바위가 있었다.

그 바위에 앉아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거기에서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울의 밤을 즐길 수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삶을 가끔은 원근 조절을 해서 바라보게 된다.

일상에 지칠 때는 가방 하나 들쳐 메고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벌려 보거나

때로는 산을 올라 높낮이를 달리 하여 우리의 삶을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는 있어야 할 삶으로, 그 일상으로 돌아온다.


너무 멀리 떠나 오거나 높은 산에 올라 바라보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대범해지고 Macro 해진다. 돌아가 다시 마주해야 하는 삶은 등산화 끈을 풀 때쯤이면 우리를 다시 주저앉히기에 대부분 충분하다.

인왕산에서 바라보는 산 밑의 풍경은 정지된 풍경이 아니고 뿌옇게라도 자동차나 사람이나 굴뚝의 연기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정도면 잠시 떠나온 삶을 망각하지도 않고, 카메라 렌즈의 거리 조절을 멀리하면 화면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듯이 우리를 함몰시키던 것에 초점 맞춰진 우리의 시야에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인왕산은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높지도 않았다.

삶의 모든 것이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너무 크게 보일 때, 그럴 때 올라 삶을 바라보는 조리개를 조절해 볼 수 있는 그런 산이었다.


바위 뼈다귀를 드러 낸 인왕산,

그 산, 그 바위에 오늘은 문득 앉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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