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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지 말고 조금이라도 자 둬.”
도나 마르티노의 목소리에 나는 현실로 돌아온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도나 마르티노의 오른팔과 오른 다리가 내 상반신과 하반신을 감싸고 있다. 화장실 입구에 걸어 두었던 아로마 향초가 꺼진다. 생각만큼 어둡지는 않다. 달빛과 별빛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그대로 캐빈 안으로 스며 들어온다.
“새벽 2시쯤 된 것 같아. 파도 소리로 알 수 있어.”
도나 마르티노의 목소리가 구명 튜브처럼 느껴진다. 내가 밑으로 가라앉을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붙들어 준다.
잠시 선잠이 든 모양이다.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이미지가 뒤섞인다. 떨어지는 비행기. 이브의 손에서 찢어지던 노인의 피와 뼈. 침팬지의 안내에 맞춰 차례차례 배정된 숙소로 들어가던 사람들. ‘그냥 심심해서’ 라며 노크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도나 마르티노.
“왜 달리기로 리더를 정하자고 했을까요?”
내가 묻는다.
“뭔들 어때?”
그녀가 대꾸한다. 퉁명스러운 목소리지만, 이제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제가 내일 이겨볼게요.”
나는 말한다. 말하고 나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인지한다.
응? 뭐라고? 도나가 되묻는다.
“도나는 걱정 말고 자요.”
나는 처음으로 그녀를 도나라고 불러본다.
“대체 뭘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요.”
그녀가 웃는다. 기쁨의 웃음이라기보다는, TV에서 놀랍고 신기한 동물을 보았을 때 터뜨리는 웃음이다. 나는 그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