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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시계탑 광장 앞 비눗방울 놀이

경계를 넘어가는 평화의 비눗방울

by 금빛나무

천문 시계탑 광장 앞 비눗방울 놀이

천문 시계탑 앞 비눗방울 놀이


우리는 공항으로 출발 전 숙소 바로 앞의 천문 시계탑 광장에서 머물르며 사람들과 시계가 울리는 것을 보았다.

천문 시계탑은 여전히 보수 공사 중이었지만 여전히 작동하는 시계로는 가장 오래된 시계(1410년)라고 한다.


천문 시계탑에서 해골의 의미는 죽음이라고 본다면, 해골이 종을 치는 행위는 죽음이 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그 옆의 기타 치는 인형, 왼쪽의 지팡이 짚은 인형과 거울 보는 인형이 같이 고갯짓 하는데, 이는 탐욕, 욕심, 증오 등을 가진 인간들을 의미한다. 또한 인형들의 고갯짓은 죽음의 순간에 급해진 인간들의 모습과 예수의 열두 제자가 돌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보며, 죽음을 맞는 인간들을 조용하게 지켜본다.


IMG_0047.jpg ▲ 여전히 동작하는 천문 시계탑
IMG_0052.jpg ▲ 공사 중인 천문 시계탑

이러한 퍼포먼스의 마지막에는 황금 수탉이 우는데,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오며, 이것은 삶이 온다는 순환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인형들의 퍼포먼스에서 보여주는 의미는 인간은 죽음 앞에서 부질없는 존재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삶은 중요하다 것이다.


그런 인간의 삶에 대하여 보여주는 천문 시계탑 광장에는 현실 속 우리들의 삶이 있다.

광장에서 누군가 비눗방울 공연을 하고 있고, 커다란 비눗방울들이 날아다니는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비눗방울 놀이에 빠져있는 아이들은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신나게 놀뿐이다.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모인 관광지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프라하비누방울.png ▲ 천문 시계탑 광장의 비눗방울 놀이


천문 시계탑 광장에서 평화로운 비눗방울 놀이를 보다 보니 몇 년 전 제주도 강정마을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구럼비 바위 옆에서는 반전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와 함께 세계 여러 국가에서 온 반전평화활동가들과 함께하는 구럼비 마르쉐라는 작은 바자회가 있었다.


그때도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곳 에서 우리 아이는 신나게 비눗방울을 따라 뛰어놀던 모습이 생각난다.

강정활동가.png ▲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반전 활동가의 축제(2015년)


그때 멀리 제주도에 온 이방인 반전 활동가들을 만났다.

그들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운 희피족들 같아 보였다. 분명 68 혁명 이후의 세대들이 만든 반전 평화활동, 환경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던 문화 속에 영향받고 자라난 세대일 것이다.


인류 공통의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은 전 세계를 비눗방울처럼 퍼져나간다.

우연스럽게도 비눗방울 하나로 제주에서 만났던 이방인 활동가들을 통해 이들과 우리들의 여행은 유럽과 한국을 연결해주는 행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점점 연결되어 가는데 우리 역시 지구적 관점으로 인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할지 모른다.


4300년 전 널리 세상의 인간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라는 홍익인간(Make broadly benefit for mankind)이라는 조상들의 이상이 지금의 세계적 활동가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유럽여행 중 유난히 많은 비눗방울 놀이를 보게 되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같이 달리며 논다. 어른들의 세상은 전쟁, 인종차별, 종교 갈등 등으로 어지럽다고 해도 아이들이 어울리는 모습에서는 갈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홍콩에서 시위 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봤다. 그들은 그들의 주권과 자유를 탄압하는 정권에 대한 반대를 외치며 한국에서와 같은 촛불시민혁명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광화문에서 철저하게 평화적인 시위를 했듯 홍콩에서도 평화적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세계속에서 인류 공통적 시대정신은 마치 아이들의 비눗방울처럼 국가간 경계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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