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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28. 2022

5월 28일 이재우의 하루

농구

요즘 재우는 주말이면 근처 공원에서 농구를 하는 낙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재우는 농구를 정말 좋아했다. 학창 시절에는 점심시간이나 체육 시간에 항상 농구를 했다. 재우는 축구나 다른 운동 같은 것은 거들떠도 안 봤다. 오직 농구만 좋아했다. 재우는 친구들 중에서 농구를 제법 하는 편이었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재우도 한때는 농구 선수를 꿈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농구 선수가 될 수 없었다. 그의 집은 학자 집안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재우가 공부를 더 잘하기를 원했다. 무엇보다 재우는 키가 충분히 크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는 또래에 비해 키가 컸지만 어느 순간부터 키가 자라지 않았고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 되었다. 또한 재우의 재능 자체도 선수까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중학생이었던 재우는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가서도 그는 가끔 농구를 즐겼지만 점차 농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군대에서는 농구를 하지 못 하고 그의 취미가 아니었던 축구를 하게 되었다. 전역을 하고 나서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그의 삶 속에서 농구는 아주 옛 기억이 되어갔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공부를 계속하면서 재우는 점차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하루 종일 지도 교수가 시킨 일을 하고 자신의 공부를 하고 논문을 써야 했기에 재우는 그 어떠한 운동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교 시절에는 근육질이었던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재우는 어느 순간부터 배 나온 아저씨가 되어갔다.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 습관과 야식 등으로 인해 재우의 몸은 망가져갔다. 아주 가끔 바깥공기를 마실 때는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였는데 그런 그의 습관 때문에 재우는 점차 몸이 안 좋아짐을 느꼈다. 재우는 그나마 술을 잘 마시지 않았지만  아주 가끔 교수와 술을 마실 때는 자신의 한계 이상의 술을 마셔야 해서 힘들어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재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깅이라도 하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운동을 하려고 하니 재우는 미칠 것 같았다. 근처 공원 주위를 뛰던 재우는 그곳에서 낡은 농구대를 발견했다. 재우는 농구대 앞에서 잠시 공을 던지는 상상을 했다. 10여 년 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우는 한참을 농구대를 바라보다가 집으로 갔다. 

재우는 집에서 예전에 사용하던 농구공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재우는 농구공을 사고 싶었지만 직접 사러 갈 시간은 없었다. 재우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농구공을 검색해 학교 연구실로 배송시켰다. 다음 날, 재우는 농구공을 받고 그 길로 학교에서 농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오랜만에 농구공을 튕기면서 재우는 예전처럼 멋지게 슛을 날렸다. 재우의 몸은 무거워졌지만 공은 아주 깨끗하게 통과했다. 재우에게는 예전의 감각이 남아있었다. 재우는 10분 동안 오랜만에 농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재우는 몇 년 간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재우는 연구실을 출퇴근할 때 항상 농구공을 가지고 다녔다. 하루 중 단 10분만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바로 농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조금 여유로운 주말이 되면 근처 공원에서 농구를 즐겼다. 대부분은 재우 혼자 농구를 즐겼지만 가끔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린 학생들이 재우와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 주 전부터는 고등학교 친구인 민호와 주말 농구를 즐기고 있다.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 민호는 재우의 단짝 친구였다. 민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 가서 그곳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민호와 만난 재우는 자신이 요즘 주말마다 농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민호는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점심시간마다 민호와 농구를 하던 재우는 그의 말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이후로 재우는 매주 민호와 농구를 하고 있다. 재우는 친구가 있어 농구가 더욱 즐거웠다. 

오늘도 재우는 민호와 농구를 했다. 완전히 아저씨가 되어 둘은 예전처럼 잽싸지는 않지만 여전히 농구에 있어서는 순박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재우는 민호가 돌아와서 기뻤다. 민호도 한국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런 날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번에는 재우가 미국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재우는 다음 달이면 한국을 떠나야 했다. 그래서 재우는 오늘 열심히 농구에 열중했다. 농구를 하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그 기억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와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이다. 재우는 오늘도 농구공을 튕기며 농구대를 바라본다. 통통 튀는 소리마다 추억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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