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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29. 2022

5월 29일 임동구의 하루

집 청소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지, 해야지 하지만 정작 주말이 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평소에 퇴근 후, 조금이라도 집안 정리를 해두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직장인이 어디 그러기 쉬울까.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주말을 맞이한다. 

주말이니깐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일어나서도 바로 집안일을 하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것도 없는 핸드폰만 계속하게 된다. 그렇게 한 시간. 의미 없이 핸드폰만 하다가 겨우 일어난다. 이제 집안일을 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먹어야 한다. 밥을 만들어 먹으면 또 설거지 할 거리가 생기기 때문에 간단하게 배달을 시키기로 한다.

배달 음식을 시키고 집안을 둘러본다. ‘평소에 할 걸’이라는 생각과 ‘이만하면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공존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집안 곳곳에 먼지가 너무 많이 보인다. 더 이상 미루기엔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정리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본다. 먼저 빨래. 평일에 빨래를 전혀 안 하다 보니 빨래가 너무 많이 쌓여있다. 그나마 혼자 사는 집이라 다행이다. 죽어도 오늘 빨래는 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집안 청소. 먼지 닦기. 쓰레기통 비우기. 그리고 옷 정리하기. 대충 생각해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어제라도 해두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어제 친구들이랑 논다고 집에 안 들어온 게 화근이다. 

일단 배달 음식이 오기 전에 세탁기를 돌린다. 그저 세탁기에 넣고 그다음 일은 다 기계가 하는데 이게 왜 이리 귀찮은지 모르겠다. 아마 빨래를 하고 너는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내 일주일 치 옷을 세탁기에게 맡기고 나는 청소기로 바닥을 깨끗이 청소한다. 몇 달 전 큰 마음먹고 무선 청소기를 구매할 때는 자주자주 청소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때의 마음은 이제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청소기로 대충 바닥에 있는 먼지를 제거할 때쯤 드디어 점심 식사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점심을 먹으려고 보니 또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조금 짜증이 난다. 가급적 쓰레기가 많이 안 나오는 걸 시켰어야 했는데 왜 또 1인 족발을 시킨 것인지 후회가 된다. 잘 먹지도 않는 반찬 플라스틱 통도 있어 오늘 치워야 할 것이 많아졌다. 

별로 맛있지도 않은 밥을 다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잠을 청할까 했지만 그러면 또 후회가 될 것 같아 겨우 정신줄을 잡고 눈앞의 쓰레기들을 치운다. 음식물 쓰레기를 잔뜩 모으고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한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일주일 동안 모인 다른 쓰레기들도 정리한다. 일반 쓰레기봉투는 어느새 가득 찼다. 

다음으로 물걸레 질을 하기로 한다. 이게 제일 귀찮은 짓이다. 군대 때도 제일 하기 싫은 것이 이 물걸레 질이었다. 그래도 이젠 물걸레질 못 한다고 갈구는 선임은 없으니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구석구석 눈에 보이는 먼지들을 닦는다. 먼지가 너무 많아서 걸레가 모자랄 정도다. 무슨 먼지가 이렇게 많은 것인가. 내가 생각해도 집안이 너무 더럽다. 먼지를 닦아내니 괜히 내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닦아도 쌓이는 먼지에 지치기도 한다. 먼지 없는 세상, 어디에 없을까?

그러고 보니 빨래를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세탁기를 확인하니 이미 빨래가 모두 완료되었다. 나는 빨래를 꺼내 건조대에 걸기 시작한다. 큼지막한 건조대에 빨래를 걸고 나니 가뜩이나 좁은 집이 더욱 작게 느껴진다. 빨래를 빨리 말리기 위해 창문도 활짝 연다. 애써 닦은 바닥에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옷 정리를 할 시간이다. 워낙 게을러서 여름옷을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 가을 겨울 옷은 집어넣거나 드라이를 맡길 생각이다. 한참 옷 정리를 하다가 깨달았는데 이걸 먼저 하고 먼지를 닦았어야 했다. 재채기가 나올 정도로 먼지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나도 참 바보다. 

옷 정리를 마치고 다시 청소기를 꺼내 바닥 먼지를 대충 치웠다. 다시 걸레로 닦기에는 이미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했다. 

이것저것 다 치우고 나니 집안이 꽤나 깨끗해졌다. 가급적 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야지!라고 매일 생각하지만 나는 또 매일 이 집안을 어지럽힐 것이다. 

집안 정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쓰레기들을 버리기로 한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모두 치우고 나니 무척 뿌듯하다. 집안을 또 어지럽히기 싫어서 저녁은 밖에 나가서 먹기로 결심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온 김에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햄버거 집으로 간다. 간단하게 햄버거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온갖 먼지로 더럽혀진 몸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간다. 샤워를 하며 물을 화장실 곳곳에 뿌리는 것으로 화장실 청소를 대신한다. 더 깨끗하게 닦아야 하지만 오늘은 귀찮으니 이대로 끝내기로 한다. 

정말 귀찮았지만 오늘 어찌어찌 집안일을 마쳤다. 다시 핸드폰을 들고 평소의 나태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누워서 생각해보니 이번 주에 이불을 갈고 빨리고 했었다. 하지만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상관없다. 그냥 다음 주에…. 아니 아직 이불은 깨끗한 것 같으니 조금 나중에 다시 하자. 집안일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다음 주에는 꼭 아침에 일찍 일어나 청소기라도 간단히 돌리자고 결심해 본다. 물론 이 결심은 거의 매주 하는 것 같고 거의 매일 지키지 않고 있다. 아마 다음 주말에도 엄청 귀찮아하며 청소를 하거나 또 미루게 될 것이다. 정말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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