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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18. 2022

8월 18일 손기택의 하루

토스트


“또 오셨네요. 햄치즈 드실 거죠?”


기택이 도착하자마자 가게 주인이 반갑게 인사했다. 가게 주인은 익숙한 듯 기택을 보자마자 햄치즈 토스트를 구울 준비를 했다. 


“아 오늘은 야채 토스트를 먹을게요.”


기택은 빠르게 오늘 자신이 먹을 메뉴가 틀렸음을 가게 주인에게 알렸다.


“오늘은 다른 거 드시나 보네요? 어서 오세요. 우리 대리님은 뭘 오늘은 뭘 드릴까요?”


가게 주인은 기택과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단골손님이 오자 동시에 둘을 응대했다. 


기택은 웃으면서 자신의 차례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기택의 회사 근처에 위치한 트럭 토스트는 주변에서 유명한 곳 중 하나였다. 적당한 가격에 넉넉한 양,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의 취향에 맞는 음식의 맛까지. 기택 말고도 주변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눈길을 주거나 먹은 가게였다. 


트럭 토스트는 매일 아침 7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시간은 약 2시간 남짓. 기택이 출근하는 8시 20분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시간이었다. 


기택은 원래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즐겨하지는 않았다. 먼지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적인 요인과 위생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기택도 먹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그를 유혹할 때도 있었지만 기택은 가급적 길거리에서 먹는 행동을 삼갔다. 


하지만 출근길에 나는 토스트 냄새는 기택도 참기 어려웠다. 결국 기택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토스트를 주문했고 동네 명물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 이후로 기택은 트럭 토스트만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용했다. 여전히 기택은 길거리 음식을 먹지는 않았지만 오직 트럭 토스트만은 계속해서 먹었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토스트를 보니 기택은 저절로 침이 넘어갔다. 가게 주인은 미묘하게 손님의 입맛에 맞춰 토스트를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하루에 굉장히 많은 손님을 상대했지만 가게 주인은 대부분의 단골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비상한 기억력이 동네에서 수많은 단골을 만든 가게 주인만의 비법 중 하나였다. 


가게 주인은 토스트를 다 구우면 나머지 재료를 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제 소스를 집어넣었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 가게 주인만의 특제 소스였다. 가게 주인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토스트에 들어갈 재료와 소스를 만들었다. 기택은 소스를 보니 예전에 주인이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날 기택은 가게 주인에게 어떻게 소스를 만드는지를 물었다. 가게 주인은 비법에 대해서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사연에 대해서는 이야기했다. 


가게 주인은 원래 대기업을 다니던 직장이었다. 그러다가 직장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퇴직금을 모아 가게를 차렸다. 원래 미식가였던 가게 주인은 자신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식당 창업은 쉬운 길이 아니었고 퇴직금은 순식간에 날아갔지만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가게 주인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잘 만들면 언젠가 자신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아무리 맛이 있었어도 찾는 손님은 없었고 주인은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은 돈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매일 운동을 해서 건장하던 가게 주인은 고된 식당일 때문에 건강도 잃었다. 병원비가 많이 늘었지만 주인은 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알바를 뛰면서 주인은 빚을 갚으려고 했고 그럴수록 그의 건강은 더욱 안 좋아졌다.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된 주인의 아내는 자신이라도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에 자신이 있던 그녀는 길거리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몇 년 지나 토스트 가게를 하게 되었다. 주인보다 아내가 먼저 토스트 가게를 시작한 것이었다. 주인은 아내에게서 지금의 토스트 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주인 역시 트럭 토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의 트럭은 일종의 분점이었다. 지금은 아내의 본점과 주인의 분점이 모두 잘 되고 있었다. 


기택이 주인이 예전에 말한 사연에 대해 떠올리고 있는 사이, 기택의 토스트가 나왔다. 기택은 토스트를 한 입 물었다. 평소에 먹던 메뉴는 아니었지만 야채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바삭한 빵이 조화를 이뤘다. 기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토스트를 먹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우유를 하나 먹겠다고 주인에게 말했다. 기택은 우유를 하나 뜯어 그대로 벌컥 마셨다. 바삭하고 아삭한 식감이 부드러운 우유와 어울려지자 기택은 더욱 맛있게 토스트를 먹을 수 있었다. 


토스트를 다 먹은 기택은 현금을 꺼내 앞에 있는 현금통에 넣었다. 카드로도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게 되어있었지만 기택은 가급적이면 현금으로 만족스러운 토스트를 만든 주인에게 보답하고 싶어 했다. 주인은 기택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라고 인사했다. 기택 역시 주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회사로 향했다. 


9시가 되면 가게 주인은 영업 종료 팻말을 내걸고 아침부터 일어난 사투의 흔적을 정성스럽게 치웠다.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식기 재료도 씻는 주인의 청결함이 기택이 오직 이곳만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오전 장사를 마친 기택은 트럭을 세팅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에게 안부 인사를 마친 그는 트럭의 시동을 걸었다. 기택의 회사 근처에서 하는 장사는 주인에게 아침의 작은 일거리였다. 그의 본업은 아내의 가게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맛 좋은 토스트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주인은 기택의 회사를 뒤로 하고 아내의 가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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