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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19. 2022

8월 19일 심우정의 하루

집캉스

“휴가 때 뭐하세요?”


내가 휴가를 내면 동료들은 항상 내가 무엇을 할지 궁금해했다. 단순히 예의 상 하는 말 같지만 동료들이 특히 내 휴가를 관심 있어한 이유는 바로 내가 어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여행과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나는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어딘가로 갔다. 혼자 가는 날이 많았고 친구, 연인과 함께 한 날도 많았다. 그리고 항상 사진과 영상으로 내 기억을 추억으로 남겼다. 내 SNS에는 팔로워가 많았는데 내가 올린 게시글을 보고 팔로잉을 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어디론가로 여행을 간다 하면 여행 코스를 짜줄 수 있었는데 그런 게시글도 올리다 보니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내 SNS를 알게 된 동료들은 내가 어디를 놀러 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내 휴가 계획까지 궁금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내 팔로워들을 실망시킬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번 휴가는 집에서만 있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에도 호캉스는 즐기던 나였지만 이번 여름은 왠지 힘이 나지 않았다. 돈을 써서 좋은 곳에 간다고 한들 별로 피로를 회복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 휴가는 굉장히 정적으로 있을 겁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하루 종일 누워서 빔프로젝트로 영화를 보는 것이 내 유일한 계획이었다. 모든 음식은 배달, 집 밖으로 최소 72시간은 나가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어제 퇴근하자마자 장을 봤다. 배달을 시켜먹겠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음식을 그것으로만 때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딱 3일 정도 먹을 수 있을 만큼만 골랐다. 

집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침대를 세팅했다. 집에만 있기는 하지만 최대한 호텔에 있는 것처럼 방을 꾸몄다. 원래도 인테리어를 그런 쪽으로 세팅해두었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나는 내 방의 모습이 잘 나오도록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내 SNS에 올렸다. 내가 글을 올리자마자 어디 호텔인지 묻는 댓글이 달렸다. 내 의도대로 된 것 같아 흐뭇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시간은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예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보다가 이제야 책을 필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 보지는 못했다. 잠이 솔솔 왔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휴가를 즐겼다. 마트에서 사 온 과일을 꺼내 손질하고 아침으로 먹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홈트레이닝을 했다. 휴가지만 운동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다만 휴가 때라 평소처럼 격렬한 운동은 하지 않았다. 운동을 마치고는 바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 머리까지 말린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에어컨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인 22도로 맞춰놓았다. 이제 진짜 휴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남은 것은 빔프로젝터였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빔프로젝터 때문이었다. TV가 차지하는 쓸데없는 공간을 없앨 수 있고 무엇보다 누워서 아주 편한 자세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빔프로젝트만 사용하고 있다. 


내가 선호하는 빔프로젝터 방향은 천장으로 직접 쏘는 것이다. 이러면 눕기만 하면 바로 영상을 볼 수 게 되었다. 벽 쪽에 쏘는 것도 해봤는데 침대에서 보면 목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서 나는 최적의 위치인 천장을 선택했다. 천장에 빔프로젝트를 쏘면 영상에 그대로 빨려가는 느낌이 든다.  영상을 보다가 바로 잠들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천장을 쳐다보며 보고 싶은 영화를 실컷 봤다. 중간에 잠들 때도 있었지만 잠자다가 영화 보고, 배고프면 시켜먹고, 다시 누워서 영화 보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혼자였기 때문에 심심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편한 것이 더 좋았다. 침대가 지겨우면 거실에 있는 빈백에 기대어 책을 볼 예정이다. 


밖에서 하는 액티비티도 좋지만 지금도 너무 행복했다. 전화기도 무음으로 해놓고 나는 온전히 나만의 자유시간을 즐기며 휴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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